2007년엔 원/달러 환율 929원이었는데
원화가치 폭락에 유학 연수 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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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연수지급액이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환율로 비용 부담이 급증하자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 탓이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 유학·이민 박람회에서 해외 유학 상담을 받고 있는 방문객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고환율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유학연수지급액이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높은 연수 비용 부담에 유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유학연수지급 규모는 지난해 27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유학길이 사실상 막혔던 2020년(27억36000만달러) 때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2004년(24억9400만달러)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유학연수지급 규모가 가장 컸던 2007년 50억2500만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학생 수도 급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 유학생 수는 12만3181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3년 22만7126명 대비 10만명가량 줄었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유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2007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929.2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1363.98원)과 비교하면 약 68% 수준이다. 반대로 말하면 유학비용이 환율 효과로만 50% 가깝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교육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감소 추세가 있었는데 여기에 강달러 효과까지 더해졌다”며 “환율이 지금 15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고 과거처럼 유학을 갔다 왔다고 연봉이 크게 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학이 급감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학연수지급 규모가 가장 컸던 해가 지난 2007년인데 그땐 환율이 1000원이 되질 않았다”며 “지금과 비용 부담 측면에서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환율이 안정되기는커녕 더 뛰고 있단 점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일보다 20.4원 오른 1463.4원을 기록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이자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3일(1467.2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앞으로도 환율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하고 중국에도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 내 물가 부담도 유학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연준 목표치 2.0%를 여전히 웃돌았다. 앞으로도 물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미국 장기(5년) 기대 인플레이션(확정치)은 3.3%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았다.
B씨는 “요새 미국에서 외식 한번 하려면 원화로 최소 7만원은 든다”며 “자녀도 소비를 줄이며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과 외식을 아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부담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환율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