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LNG터미널 증설 현장…내년 완공
‘국가핵심기술’인 新소재 철강 적용
‘트럼프 특수’로 LNG 시장 확대 전망
가스부터 선박까지…“LNG 풀밸류체인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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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에서 건설 중인 포스코 LNG제2터미널 7호기 탱크 내부. [포스코 제공] |
[헤럴드경제(광양)=박혜원 기자] “고(高)망간(Mn)강으로 바꿉시다.”
9년 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고망간강으로 제작한 광양 제1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56호기 저장 탱크를 세계 최초로 짓기 시작한 배경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당시 기술투자본부장 겸 기술연구원장)의 결단이 있었다. 당초 이 탱크에는 다른 소재를 적용하기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그러나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 신소재에 대한 고객사 신뢰를 얻으려면 선도적으로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 아래, 장 회장이 소재 교체를 주문했다.
지난달 26일 찾은 전남 광양시 율촌국가산업단지에선 고망간강이 적용된 LNG탱크 78호기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척스카이돔 크기에 달하는 외부 지름 90m, 높이 55m 규모로 제작되는 78호기 탱크는 각각 20만㎘(키로리터)의 LNG를 저장할 수 있다. LNG탱크는 극저온 상태에서 액체 형태의 LNG를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다시 기체 상태로 만들어 발전소·산업시설·도시가스 등에 공급하는 시설이다.
서기식 포스코인터내셔널 반장은 포스코 LNG탱크에 대해 “원자력 공장 콘크리트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탱크 외벽 콘크리트에는 철근과 와이어 스틸이 들어가 지진 6.5 규모까지 견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년 증설이 끝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 국민이 4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133만키로리터 규모의 LNG 저장용량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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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LNG제2터미널 7·8호기 탱크 건설 현장. [포스코 제공] |
고망간강은 포스코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소재다. 쉽게 말하면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한 철강 소재다. 기존에 LNG탱크용 소재로 쓰이던 니켈 대비 가격이 30%가량 저렴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동시에 영하 196℃의 극저온에서도 깨지지 않는 데다 단단하면서 잘 닳지 않으며, 자석에 붙지 않는 특성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쓰임이 높다.
다만 밀도가 높으면서 부서지기도 쉬운 망간 특성 때문에 고망간강 제품은 구현이 특히 까다롭다. 특히 철에 망간을 첨가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을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가 관건이다. 정영덕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부 기술개발섹션 리더는 “전 세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제품”이라며 “어느 정도 비율로 망간을 첨가하고 결과물을 예측하는지 등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수익도 나지 않는 연구 사업에 끊임없이 지원과 투자가 이뤄진 결과로 양산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개발한 극저온용 고강간강은 2022년 국제 해사안전위원회(IMO)에서 국제기술표준으로 승인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IMO에 가입한 1962년 이후, 주도적으로 소재를 제안해 안건을 통과시킨 최초의 사례다. 지난해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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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포스코 LNG터미널 및 LNG벙커링 전용 부두 전경. [포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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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포스코 후판압연공장. [포스코 제공]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LNG 수출 제한을 풀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포스코는 LNG터미널을 포함한 ‘글로벌 LNG 밸류체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스코는 LNG 생산부터 저장 및 판매, 건설까지 아우르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3년 에너지 전문회사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해 현재 육해상가스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북미산 LNG 도입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 퍼시픽(Mexico Pacific)과 연간 70만톤 북미산 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LNG터미널의 경우 20년 전부터 1조450억원을 투자해 제1터미널을 구축했다. 현재는 제2터미널을 건설 중이다. LNG터미널에 쓰이는 고망간강 소재도 개발해 직접 양산하고 있다.
이날 후판압연공장애선 고망간강이 들어간 중간 소재 슬라브가 후판 제품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고만간강 후판이 바로 제2LNG터미널 건설에 쓰이며, 기타 고객사에도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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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포스코인터내셔널 LNG벙커링 전용 제1부두 작업 모습. [포스코 제공] |
LNG시운전 사업 역시 LNG 시장의 큰 먹거리다. LNG선박은 액체 상태에서 누출될 시 폭발 위험이 있어 시운전 과정이 필수적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0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LNG선박 시운전 자격을 취득했다. 시운전 사업은 1척당 최대 10억원까지 매출이 발생한다.
현재 제1부두만 LNG시운전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날 역시LNG선박 한 대가 시운전을 위한 작업을 마치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운전에 필요한 LNG를 포스코 LNG터미널에서 바로 공급하고 저장한다. LNG선박이 대형화하는 추세에 맞춰 27만CBM(큐빅미터)급의 제2부두도 건설 중이다. 김명규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터미널부 총괄은 “지금까지 진행한 300여차례의 시운전에서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수행해오고 있다”며 “제2부두 수요 역시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나아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에 진출했으며, 인천에서 총 7기의 LNG 복합발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순수 자력 기술로 LNG탱크를 건설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도 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다가올 LNG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앞두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프라와 노하우를 강화하고 있다”며 “LNG ‘풀밸류체인’의 가장 큰 강점은 밸류체인 간 시너지를 활용해 LNG 공급과 수요를 안정화하고 외부 변동성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