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작년엔 연초보다 가을에 더 컸다…왜?

출생아수 1월·10월이 가장 많아 3분기가 1분기 제친 건 43년 만 엔데믹 결혼에 인식변화 영향 등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해 아기가 가장 많이 태어난 달은 1월과 10월이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023년까지 43년간 지속돼 온 연초(1~3월) 출산 쏠림 현상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긴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엔데믹 결혼 러시’와 연초 출생 선호 현상이 옅어진 것이 43년 만에 출생월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2일 통계청의 2024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달은 1월과 10월로 각각 2만1461명, 2만1404명이 태어났다. 비중은 9.0%로 똑같았다.

이어 7월·9월(8.6%), 8월·11월(8.4%), 3월(8.3%), 5월(8.2%), 2월(8.1%), 4월(8.0%), 6월(7.7%), 12월(7.6%) 순이었다.

2024년 월별 신생아수 비중(단위: %)

특히 10월 출생아 수는 연중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1월과 57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분기별로 봐도 1분기 6만568명, 2분기 5만6892명, 3분기 6만1242명, 4분기 5만9641명으로 3분기가 가장 많았다. 3분기가 1분기를 제친 건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1년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선 연초 출생 선호현상이 뚜렷했다. 자녀가 또래보다 발육·발달이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연초 출생을 목표로 한 계획 임신을 하게 했다.

연말에 태어난 아기가 해가 바뀌면 바로 두 살이 되는 ‘한국식 나이’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부터 취학 기준일 변경으로 1월~12월생이 동급생으로 묶이면서 소위 ‘1~2월 빠른년생’이 없어져 연초 출생 집중도는 더욱 높아졌다.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들을 보살피고 있다. [연합]

지난해 이런 현상에 균열이 생긴 건 우선 연초 출생에 대한 부모의 인식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출산 시점 결정에는 부모의 ‘경험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데, 다자녀보다 한 자녀를 낳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연초 출생을 고집하지 않게 된 것이다.

지난 2019년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부모 경험 효과: 출생 순위에 따른 출생 월 분석’에 따르면 신생아가 11~12월보다 1~2월에 더 많이 태어날 확률은 둘째가 맏이보다 3.4% 높고, 12월보다 1월에 더 태어날 확률은 둘째가 4.3% 높았다. 출산·육아를 경험한 부모일수록 둘째를 연초에 낳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미뤘던 결혼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도 연초 출생 선호 현상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혼인은 통상 출산의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혼인 건수는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된 이후 그해 8월부터 본격 반등했다.

부부가 결혼 이후 2년 안에 낳는 자녀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35.0%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출생아 수도 7만9100명으로 전년보다 4400명(5.9%) 늘었다. 즉, 2022년 하반기에 혼인한 부부가 2년 뒤인 2024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첫째를 낳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3분기 출생아 수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2422건으로 1년 전보다 2만8765건(14.9%) 늘었다. 혼인 증가율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출생아 증가 추세가 적어도 2026년까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해 3분기에 출생아가 급증한 것이 부모의 인식 변화보다 ‘엔데믹 결혼’ 영향이 더 크다면 올해부터 연초 출생 선호 현상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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