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장률 목표 유지 전망 속
‘트럼프 관세’ 대응 방안 관심
‘제2 딥시크’ 육성 지원안 기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미중 정상.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중국이 한해 청사진을 제시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양회는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매년 3월 초에 열려 국정 운영 방향과 우선 과제를 논의·승인한다.

오는 4일 정협, 5일 전인대 개막을 시작으로 약 일주일간 이어지는 올해 양회에서는 경기 회복을 향해 잰걸음하는 중국이 한층 높아진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 어떤 정책과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성 마약인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이달 초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양회가 시작되는 4일부터 10% 관세를 더 매기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더 커진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침체한 경기를 반전시키고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 만큼 이번 양회에서는 국내수요 확대와 첨단기술·산업 육성과 같은 경제정책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양회의 최대 관심사는 5일 오전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가 정부업무보고를 하며 발표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다.

대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중앙정부는 재작년·작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각 지방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 평균은 작년(5.4%)보다 소폭 낮아진 5.3%로, ‘5% 안팎’ 범위에 들어 있다.

영국 싱크탱크 토니블레어 연구소는 중국이 제시할 성장 목표치가 “지속적인 경기 부양 노력이 필요할 만큼 충분히 야심 차면서 동시에 그 부양책이 ‘고품질’이어야 한다는 신호를 담도록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는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며 ‘5% 안팎 성장’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ING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송도 각 지방의 올해 성장목표가 작년보다 안정적이거나 약간 낮은 수준으로 중앙이 ‘5% 안팎’ 목표를 설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중국은 이러한 목표치로 더 커진 외부 불확실성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작년 말 경제공작회의에서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천명한 가운데 GDP 대비 재정적자율은 그간의 3%대에서 올해 4%로 높이고, 국채발행 등을 반영한 광의적 재정적자율은 사상 최고인 9%까지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미만인 2%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양회에서는 이런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수요 확대 정책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중국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타격을 받게 된 만큼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내수 회복이 필수다.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올해 경제 최우선 과제로 내수 진작이 꼽혔다. 또 토니블레어 연구소에 따르면 31개 성급 지방정부 중 19개가 올해 국내수요 확대를 1순위 과제로 올렸다.

올해 내수 진작 방안으로는 시중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 지난해 내놓은 소비재·생산설비 교체 촉진,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새로운 세 가지 상품’(新三樣) 지원 확대 등이 거론된다.

USB은행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타오는 “정부가 소비진작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재 교체구입 보조금을 작년의 두배 이상인 3000억위안(60조1700억원) 규모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미래 핵심 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첨단기술·산업 혁신 노력도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각종 제재로 중국이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핵심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거나 규제를 풀어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자국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최근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제2의 딥시크’ 육성을 위한 더 구체적 구상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작년 양회에서는 국가 차원 AI 종합 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제시된 뒤 자금·인프라 지원이 확대된 바 있다.

이와 맞물려 연구개발(R&D) 예산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지난해 R&D 투자규모는 3조6130억위안(약 72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상하이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의 주톈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GDP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기술경쟁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AI와 같은 첨단 제조업과 혁신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민영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알리바바·화웨이·딥시크 등 기술기업 책임자를 불러 모아 좌담회를 열고 민영기업들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달라고 주문한 만큼, 중국 정부도 관련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또한 전인대는 민영기업에 법적 근거 없는 벌금 부과를 금지하는 등 민영기업에 대한 보호를 명확히 한 민영경제촉진법 개정안 초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이 외교정책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표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양회 기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대만·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러시아 화해 기조 등 국제사회 현안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가 관심사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중국이 국방예산을 얼마나 늘릴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전년 대비 7.2% 증가한 1조6700억위안(약 334조9700억원)의 국방예산을 발표하는 등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에도 최근 수년간 국방비를 매년 6∼7%씩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