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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피해자 신분으로 고소를 한 뒤 해당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다면 당사자가 정보 공개 청구 절차를 통해 누가, 어떻게 수사를 했는지 받아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수사를 담당한 경찰의 이름이나 피의자 신문조서 등 문서를 고소인에게 공개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윤상일 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B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해 10월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달 뒤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4년 5월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형사사건 수사 기록 중 고소장, 고소인 진술조서, 피의자 신문조서, 경찰 의견서(송치결정서 또는 불송치결정서), 불기소 이유서 등이다. 검찰은 경찰 의견서는 부분 공개 했고, 피의자 신문조서는 비공개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서울중앙지검의 비공개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경찰의견서에서 담당 형사의 이름을 가린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윤 판사는 “결국 A씨는 비공개 부분 중 관련 형사사건을 담당한 사법경찰관리 및 참고인의 ‘성명’ 공개를 구하고 있다”며 “정보공개법상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에 해당해 공개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공개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뒀다.
검찰, 경찰이 피의자를 직접 조사한 내용을 담은 ‘피의자 신문조서’도 공개 대상이라고 봤다. 윤 판사는 “일반적인 폭행 사건으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살펴봐도 통상적으로 알려진 수사 방법이나 절차 이외의 것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기재 내용을 비밀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피의자 신문조서 공개가 수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윤 판사는 “이미 불기소 결정이 있어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이 공개된다고 해서 범죄 수사 등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또 피의자 신문조서 공개는 고소인의 권리와 관련 있다는 점도 짚었다. 윤 판사는 “피의자 신문조서는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의 불기소 결정 등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응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