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

건설투자 27.3% 감소, 역대급 부진
면세점 41%↓ 의복·화장품 구매↓
조업일수 감소, 주요지표 마이너스


수출 중소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 모습. [연합]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가 2개월 만에 일제히 감소하며 한국 경제가 새해 첫 달 무너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데 이어 올해 첫 달에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갔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월대비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첫 달에도 감소 흐름을 보인 것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수치가 당초 -0.6%에서 0.2%로 수정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는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0월과 11월 0.7%씩 감소했다가 같은 해 12월(0.2%) 소폭 늘어난 뒤 다시 줄었다.

소비재별로 보면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1%)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에서 판매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업태별로는 면세점(-41.0%), 무점포소매(-4.2%)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면세점은 내·외국인의 국내 면세점 소비를 모두 포함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소비 감소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서비스 소비가 반영된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도소매(-4.0%), 운수·창고(-3.8%)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

정부가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 1월 말 설 연휴에 붙여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까지 끌어내렸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건설투자는 역대급 부진을 나타냈다. 건설투자를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4.1%)과 토목(-5.2%)에서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직전 달보다 4.3% 감소했다. 지난해 8월(-2.1%) 이후 6개월째 감소이며 감소폭은 지난해 3월(-9.4%) 이후 가장 컸다.

건설기성은 1년 전보다는 무려 27.3% 줄었다. 1998년 10월(-27.6%) 이후 26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공사 실적이 저조해진 탓이다.

1월 건설기성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1년 전보다 25.1% 감소했다. 감소폭은 지난해 1월(-35.3%) 이후 가장 컸다.

현 추세를 볼 때 당분간 내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건설수주가 추후 건설투자로 이어지려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최근 건설투자 자체가 부진하다는 점에서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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