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화 손짓에도 핵 꼭 쥔 北

美핵추진항모 부산 입항에 반발
김여정 “위혁적 행동 심중 검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숨고르기를 해온 북한이 미 핵추진 항공모함의 부산작전기지 입항을 빌미로 초강경 대응 전환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4일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미 전략자산들의 항시적인 출몰은 우리의 자위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의 절박성을 확인시켜준다’는 제목의 담화를 공개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도 적수국의 안전권에 대한 전략적 수준의 위혁(으르고 협박함)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심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가만히 앉아 정세를 논평하는데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해 군사적 힘의 시위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또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모한 과시성, 시위성 망동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오늘날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행동을 동반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의 무한대한 강화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각급 기관의 담화와 논평을 낸 적은 있지만 김 부부장 명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미입장을 어느 정도 정리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과 달리 미국의 대북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았다는데 대한 실망감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게재함으로써 내부적으로 경각심 고취와 체제결속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김 부부장이 언급한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 행동 증대’는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비롯한 고강도 도발을 앞둔 명분쌓기용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소는 “김 부부장의 담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미 전략적 초강경 대응방향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향후 한반도 정세 긴장 고조의 전조”라면서 “미 본토를 위협하는 업그레이드된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실험 등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탄두 소형화와 조만간 시작될 한미연합연습 ‘2025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한미일 해상훈련 등에 맞서 ‘위험한 도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다만 김 부부장은 미국의 행동이 계속될 경우라는 전제를 달고, 선택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하는 등 나름 수위 조절을 병행했다. 국방부는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북한의 핵은 절대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의 길은 핵에 대한 집착과 망상을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대원·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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