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 안 멈출 것” 트럼프 우크라 지원중단 두고 비난 계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측).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전면 중지한 것을 두고 사실상 미국이 러시아의 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미 정부 전직 당국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과 지정학적 협상 양측면 모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의 손목을 비틀어 ‘미국의 안보보장 없는 즉각 휴전’이란 자신의 종전구상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를 핑계 삼아 유럽 방위에서 발을 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서다.

전문가들은 당초 친서방 성향의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친러정권을 세우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을 멈출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결과적으로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은 핵심 군사장비의 운용이 제약된 채 속절없이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제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우크라이나에 굴욕적 종전조건을 강요할 ‘꽃놀이패’를 손에 넣을 것으로 내다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러시아 미국대사로 활동했던 국제관계 전문가 마이클 맥폴은 이번 결정을 “2차 세계대전 당시였던 1940년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 후보가 당선되자 미국이 편을 갈아탔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는 지금 독일어를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제국주의 독재정권 및 전제적 동맹국들과 민주주의 진영 사이의 전쟁이 3년째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트럼프는 그냥 편을 바꿔 버렸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항전 역량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보·위험관리 컨설팅업체 르벡의 정보부문장 마이클 호로비츠는 “우크라이나가 내일 당장 총탄이 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원조 중지는 몇개월 내에 이번 분쟁에 매우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킬(Kiel)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659억 달러(약 96조원)의 군사원조를 제공해 왔으며, 제공한 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훈련과 유지보수 등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했다.

유럽이 나서도 단시간 내에 미국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이번 조처는 ‘평화’를 위해서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과 달리 미국의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 러시아가 전열을 정비하고 거듭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는 건 평화협상에서 미국에 큰 지렛대를 제공했다”면서 “군사원조 중지는 푸틴이 요구사항을 계속 늘리도록 부추기고, 전쟁을 통해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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