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중 출생아 증가 1위, 비결은 공동육아”

조성명 서울 강남구청장 인터뷰
작년 출생아 증가율 14.43% 기록
내놓은 출산정책 전국이 벤치마킹
주민 숙원 여가시설 확충 큰 성과
노후 주택 재건축·정비사업 탄력


조성명 강남구청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 내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강남구는 가정의 ‘독박육아’가 아니라 사회의 ‘공동육아’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의 지난해 출생아 증가율은 14.43%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다. 전국 평균(3.1%)과 서울시 평균(4.76%)을 크게 웃돈다.. 강남구가 저출산 해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데는 구청의 전폭적인 지원이 주효했다. 마이너스였던 강남구의 출생아 증가율은 민선 8기 조성명 구청장의 취임 다음해인 2023년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플러스로 돌아섰다. 2022년 출산증가율은 서울시 19위에서 1위로 뛰었다. 헤럴드경제가 조성명 구청장을 만나, 출산에 대한 철학을 듣고 그가 그리는 강남구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조 구청장은 출산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축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출산율 재고를 위한 정부 지원이, 소득이 높은 사람들을 비켜가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조 구청장은 “저 출산 지원시 소득제한을 없애야 된다고 보건복지부를 끊임 없이 설득했다”며 “결국 강남구가 먼저 시행하고 서울시와 전국이 다 따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지난 2023년 7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난임 시술비 등 임신 지원, 인공수정 시술비 지원의 소득 기준을 폐지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를 받아 6개월 만인 2024년 소득기준을 폐지했다. 출산양육지원금(첫째·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과 산후건강관리비(올해부터 100만원)은 강남구만의 특화된 저출산 정책이다. 올해에는 임신 사전 건강관리와 정관·난관 복원시술비 지원(최대 100만원), 생식세포(정자·난자) 동결 및 초기 1년 보관비용을 지원한다.

저출산 정책은 단순히 출산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 구청장은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가 진정 좋은 도시라고 믿는다. 조 구청장은 “임신을 망설이는 분들 대부분이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 강남구에서는 가정의 ‘독박육아’가 아니라 사회의 ‘공동육아’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9월에는 스포츠놀이실, 서울형 키즈카페, 체험놀이실 등을 갖춘 강남어린이회관을 개설했다. 같은해 8월에는 공동육아나눔터 수서점이 개소했다 . 이는 2011년 강남구가족센터 내 나눔터 이후 13년 만이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이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 청사에 설치된 슬로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조 구청장은 1남 3녀 다둥이 아빠다. 아이들을 키울때의 경험들은 강남구의 출산 정책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는 “결혼할 때부터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해 아이를 많이 낳았지만,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며 “아이가 아플때의 엄마 심정을 안다. 말도 못하는 애들 우니까 얼마나 괴롭나. 이런일이 있으면 안된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3년 5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진료센터는 조 구청장의 경험이 녹아든 대표적인 정책이다. 조 청장은 대부분의 소아과 병원이 문을 닫는 늦은 저녁이나 휴일에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해야할 지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되살려 관내 의료기관을 지정했다.현재 5곳의 지정병원을 운영중이며 지난 한해에만 5만명이 이용했다.

조 청장 취임 후 2년 8개월이 지났다. 임기동안 저출산 문제 뿐 아니라 임기 전반에 뿌린 씨앗들이 하나 둘 씩 결실을 맺고 있다.

여가시설 확충이 대표적이다. 2023년에는 강남구 최초 구립체육공원인 강남세곡체육공원이 들어섰다. 지난해 7월에는 어르신 숙원 중 하나였던 파크골프장을 탄천에 조성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나이키코리아 등 민간과 협력해 ‘모두의 운동장’도 만들었다. 모두 주민 숙원 사업들로 조 구청장이 임기중 가장 큰 성과로 꼽는 사업들이다. 조 구청장은 “구민분들과 소통할 때마다 생활체육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말씀하신다”며 “저도 50년 가까이 강남구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집 근처에서 편하게 운동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관련 정책을 다수 추진했다. 이후 예전보다 일상이 더 즐거워졌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이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 내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노후 주택 재개발과 정비에 대한 자심감도 붙었다. 강남구에 따르면 현재 관내에서 추진중인 재건축·정비 사업은 총 95건으로 이중 개포주공 5, 6, 7단지. 도곡개포한신 등이 임기중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고 청담건영과 대치1차현대 등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완료했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꾸린 재건축드림지원TF도 힘이 됐다. TF는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담당 공무원과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등 20인의 전문가 자문단으로 구성돼 조합을 대상으로 교육과 분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TF를 확대 개편해, 전국 최초로 책임자문위원 제도를 도입했다. 조 구청장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것들은 신속히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재건축은 용적률 상향을 통해, 어린이 청년, 노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시설을 균형있게 확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기부채납 부지를 공공시설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중이다. 올해 결과가 나온다.

2025년은 강남구가 개청 50주년을 맞는 해다. 조 구청장은 “올해는 강남의 미래 50년 계획을 세우는 해”라며 “글로벌 도시와 경쟁을 하면서 우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또 서울을 리드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 곧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분 생활권 도시 조성을 비롯해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등 대규모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복지로 구민 모두가 행복한 일상을 누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무역전시장(SETEC·세택)을 대신할 새 청사 부지도 찾았다. 강남구는 현 삼성동 청사 부지와 대치동 세텍 부지를 맞교환해 세텍에 이른바 ‘행정문화복합타운’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세텍의 전시컨벤션 역할에 무게를 두며 청사 이전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조 구청장은 “제가 볼때는 파격적인 장소”라며 “현재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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