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수탁고 1년새 13.6%↓
ELS가 차지하는 비중 20~30% 달해
9월 ELS 판매 재개되도 회복엔 한계
“불특정금전신탁 허용, 금산분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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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은행들의 주요 비이자 이익원 중 하나인 특정금전신탁에 맡겨진 돈이 1년 전에 비해 13.6%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올해 초 은행권의 주요 비이자이익원 중 하나인 특정금전신탁 수탁고가 1년 전보다 1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중단의 여파로 풀이된다. 오는 9월 제한적으로 ELS 판매가 재개되는 가운데 은행권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안정적으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특정금전신탁 수탁고 규모는 103조5612억원이었다. 지난해 1월 119조8512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3.6%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금융사가 고객의 돈을 대신 운용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인 ‘금전신탁’의 한 유형이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자금을 운용하는 ‘불특정금전신탁’과 달리 고객이 지정한 대상과 방법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이다. 운용 대상은 주식이나 채권, 유동자산, 부동산, 파생상품 등 다양하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금전신탁 중에서는 특정금전신탁과 퇴직연금신탁만 취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금전신탁은 예·적금 금리가 떨어질 때 고객들의 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 은행에서는 2%대 정기예금 상품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1%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특정금전신탁 잔액이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홍콩H지수 ELS 판매 중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에서 대량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1만2000선이었던 홍콩H지수가 5000선까지 떨어지면서 이 지수를 추종한 ELS 상품의 손실액도 급격히 불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ELS 계좌 중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원금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불완전 판매 논란까지 겹치면서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초 일제히 ELS 판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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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ELS 판매 중단 전까지 특정금전신탁에서 ELS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달했다”며 “중단 이후 특정금전신탁 사업이 전체적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늘면서 ETF를 중심으로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면서도 “ELS 판매 중단이 그런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은행권이 특정금전신탁을 공격적으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부터 은행에서 ELS 판매가 재개되지만, 금융당국이 지역별 소수 거점 점포에만 판매를 허용하고 ELS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적합 고객군’을 미리 정하는 등 여러 제약을 걸어뒀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9월에 ELS 판매가 시작되면 어느 정도 규모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제약이 많아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비이자 수익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은행들은 대안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비이자이익이란 은행에서 대출 이자로 벌어들이는 이익(이자이익) 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특정금전신탁은 주요 비이자이익 사업의 하나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 중 우리금융을 제외한 곳들의 비이자수익 비중이 일제히 떨어지면서 높은 예대금리차(예금·대출의 금리 차이)를 바탕으로 한 이자장사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초고령화 시대 등 앞으로 변화할 인구 구조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게 필수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ELS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원금보전 추구형 상품군을 늘리고, 국채나 고금리 우량채권 위주로 선별적 공급에 주력해 ELS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안정성을 강화한 상품을 다각화하는 식이다. 아울러 시장 상황에 따른 상품 적시 공금을 위한 ETF 상품군을 늘리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세제혜택 상품성 강화, 비대면 가입 편의성 향상을 위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도 비이자이익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는 있지만, 상황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정부와 당국에서도 불특정금전신탁 허용이나 금산분리 완화 등 제도를 보완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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