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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최근 연인이나 친구, 회사 동료 등 지인과 함께 사는 비친족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주거 정책이 이에 맞게 보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혼자 살기’ 외에 ‘함께 살기’를 선택할 수 있는 주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5일 국토연구원이 국토정책브리프를 통해 발표한 ‘비친족가구의 증가에 따른 주거정책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남과 함께 사는 비친족가구는 지난 2023년 54만5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8년간 2.5배 증가한 수치다.
비친족가구는 법적인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관계와 함께 사는 가운데 가구원 수가 5인을 넘어서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며, 결혼하지 않은 연인이나 친구, 회사 동료 등 지인과 함께 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윤성진 주거복지연구센터 부연구위원과 연구진은 “주거정책은 여전히 전통적 가족개념에 기초하여 ‘법적 가족’이거나 ‘1인가구’로만 정책 수혜자를 한정해 비친족가구는 정책 이용·보호에 제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친족가구는 실제 공공임대주택, 주택담보대출, 주거급여, 주택청약 등 주거지원 정책을 이용할 수 없고, 또 주택임대차에서 주계약자 사망 시 동거인의 임차권 승계가 되지 않거나 보증금을 공동으로 마련했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권리 보호가 취약한 상태다.
실제 비친족가구가 전세계약을 할 때, 계약서상에 명기되지 않은 비친족가구원이 보증금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경우는 44.1%에 해당하며 그 금액은 평균 7600만원(전체보증금의 40.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연구진은 가족개념 변화에 부응해 주거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가족 단위 주거정책’을 ‘거주 단위 주거정책’으로 전환해 법적 가족이 아닌 관계와 함께 사는 비친족가구를 포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기존 미혼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획일적인 생애주기’가 아닌 ‘다양한 생애경로’를 반영한 주거정책을 통해 사각지대를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혼자 살기’ 외에 ‘함께 살기’를 선택할 수 있는 주거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인가구가 고령화돼 취약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비친족가구는 함께 사는 사람으로부터 아플 때나 위기 시에 도움을 받거나 유대감·소속감을 느끼는 등 취약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이혼을 경험했거나 재산, 부채, 양육 등 개인 사정이나 의사로 결혼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호돌봄을 제공하는 관계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