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협상용 엄포’ 아닌 ‘진심’”…그럼에도 韓 증시 기회 온단 ‘3가지 이유’ [인터뷰]

김학균 신영證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트럼프 관세戰, 美 증시에 부담 불가피 전망
“證 조정기, 장기 박스권에 ‘하방 경직성’ 강한 韓 증시 유리”
달러 환율 하락·證 거버넌스 개선 움직임도 韓 호재
“지배구조 개선·배당 강화 종목에 주목해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국내외 증시에 미칠 영향과 이에 따른 투자 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신영증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고율 관세 정책은 (국경·이민·마약 문제 등)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 엄포’가 아닙니다. 오랜 기간 미국을 관통한 ‘고립주의’ 전통으로 경제 구조를 되돌리려는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 보죠. 이 같은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때 글로벌 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투자 전략을 설정해야 합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發) ‘관세 전쟁’의 성격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향후 투자 전략 수립의 첫 번째 단계라고 조언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임 미 행정부에선 ‘보조금’이란 방법을 통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미국 복귀)’ 속도를 높였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그 방법이 외국엔 조금 더 강압적인 ‘관세’란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무역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따른 일정 수준의 증시 약세 등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고 미국인을 설득 중이란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도 무조건 불패(不敗)의 투자 시장은 아니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넘었을 때는 장기적으로 큰 폭의 조정 장세를 겪어왔고 지금이 그 시점”이라면서 “고(高)금리에 민감한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가 관세 전쟁이 부른 증시 하방 압력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국내외 증시에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은 이때, ‘역사적 고점’을 찍었던 미국·일본 증시 등의 조정 장세 강도가 국내 증시에 비해 기술적 관점에서 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코스피 지수의 지난해 등락률은 -9.63%를 기록했지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은 23.31%, 일본 닛케이225 지수의 수익률은 19.22%에 달했다.

김 센터장은 일각에서 제시되는 연말 ‘삼천피(코스피 3000포인트)’ 도달 가능성 등에 대해선 구체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봤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장기적으로 ‘박스권 장세’에 머무는 국내 증시가 오랜 기간 다져온 ‘하방 경직성’이 올해 코스피 시장의 상대적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피 지수가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이에 따른 수출 부진, 소비 둔화 등 경기 펀더멘털이 약화한 가운데서도 증시 지표는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향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국내 증시엔 호재라고도 봤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경제적 펀더멘털 약화 등으로 원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적 방향상 미국 정부의 적자 폭 확대 가능성이 높은 게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100원 이상 더 내릴 경우 ‘비(非)달러 자산’인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커질 경우 국내 증시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여야 정치권의 자본시장법·상법 개정 움직임도 앞으로 국내 증시를 우상향시킬 긍정적 요인이라고 꼽았다.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주식 시장을 선진화한다는 방향성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란 점에서다. 김 센터장은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중국·베트남 등 신흥국 증시가 높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박스권에 머무는 반면, 지난 10년간 거버넌스 개혁에 집중한 일본 증시가 밸류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거버넌스 개혁 과정에서 경영진이 ‘수익 실현’이란 주주들의 단기적 목표를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에서 김 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특정 수혜 섹터나 종목 등에 집중하기보단,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성의를 보이는 종목에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리츠금융지주를 꼽기도 했다. “배당 성향을 높임으로써 다수 소액 주주들과 지배 주주가 같은 목표 지점을 향해 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김 센터장의 강조 지점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오른팔로 불리던 고(故) 찰스 멍거가 강조한 ‘불가지론(不可知論)’에 주목할 시기라고도 김 센터장은 말했다.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 환경의 변화 등 거시적 변수들을 예측하려는 것은 사실상 개별 투자자들에겐 불가능한 영역인 만큼, ‘개별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아는 만큼 투자’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변수에 일일이 대응하려고 움직이기보단 부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덜 받는 데 집중할 시점”이라고 현재 투자 시장을 평가했다.

한편, 김 센터장은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시 포트폴리오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 경우 조만간 조정 장세를 겪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그는 내놓았다. 김 센터장은 “향후 1년 정도만 놓고 볼 경우 현재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증시에서 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면서도 “주주 친화적인 기업 거버넌스가 이미 증시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장기 우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물려도 미국 주식에 물리는 게 낫다’는 증권가 격언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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