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이 90% 독점” 화학산업 핵심소재…‘불소계 유체’ 국산화 성공

- 한국화학연구원 이상구 박사 연구팀 성과
- 특수 첨가제 도입, 제조 효율 20% 상승


이상구 화학연 박사가 ‘수소불화에테르’ 소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글로벌 기업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화학산업 원재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상구 박사 연구팀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원료의 수소(H) 원자를 불소(F)로 바꾸는 기존 ‘전기화학 불소화법’에 특수한 불소계 전도성 첨가제를 도입하여 전환율을 대폭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불소계 유체는 전자제품, 반도체, 정밀 기기 등의 냉각제와 세정제로 활용되는 필수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원래 있던 수소가 모두 불소로 대체된 ‘전 불소계 유체’는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친환경 유체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수소불화에테르(HFE)’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HFE는 지구온난화 영향이 적고, 표면장력이 낮아 쉽게 퍼지며, 전기를 잘 차단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친환경 소재다. 액침 냉각용 냉매, 전자 부품 세정제, 용매 희석제 등 반도체, 전자기기, 화학산업에서 중요한 원재료로 쓰인다.

현재 글로벌 HFE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2억 8910만 달러이며, 연평균 5.4% 성장 시 2028년에는 3억 9640만 달러를 예상한다. 하지만 3M 등이 90% 이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화학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전량 수입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 전기화학 불소화법에 전도성 불소계 첨가제를 새롭게 추가, 소재를 국산화하고 우수한 물성까지 확보한 HFE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수소불화에테르’를 자체 생산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화학연 연구진. 조재민(왼쪽부터) 연구원, 이상구 박사, 김예리 연구원, 박병준 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기존 기술에서는 원료가 중간체로 변하는 전환율이 50~55% 수준이지만, 이 기술은 첨가제를 추가해 불소화 반응이 더욱 잘 일어난다. 그 결과 전환율이 62~66% 수준으로 기존 기술 대비 약 20% 증가했다.

또한 불필요한 부산물이 줄어들어 HFE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으며, 불소화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고순도 불소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은 냉매, 소화약제 전문 제조기업인 퓨어만(주)에 기술이전,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상구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글로벌 기업에 의존도가 높은은 불소 화학 핵심소재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자립을 앞당기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가능한 첨단소재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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