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돈 풀고, 야당 세금 깎고…포퓰리즘 정책 경쟁 [이런정치]

국힘, 1000만명에 최대 50만원 ‘선별’

소상공인·취약계층 ‘3종 지원’ 발표

야당 ‘수도권 집1채’ 상속세 완화 추진

“월급쟁이가 봉인가” 근소세도 검토

 

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여야 정치권이 ‘선심성’ 정책 경쟁에 돌입했다. 약 13조원 규모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수 조원대 현금성 지원책을 연일 발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당초 소극적이었던 세제 개편 문제를 당 차원에서 강하게 추진하면서 상속세·근로소득세 등 감세 법안을 연달아 발의 중이다. 여야가 조기대선 가능성을 고려한 사실상 ‘공약 경쟁’에 들어갔다는 해석과 함께, 일각에서는 단시간 내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낮은 ‘공수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들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시 포함시킬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취약계층 대상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은 ▷영세소상공인 1인당 100만원 에너지 바우처 도입(2월24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1인당 25만~50만원 선불카드 지급(2월28일) ▷영세소상공인 노후시설·장비 구입 최대 200만원 지원(3월4일) 등이다.

민주당의 조기 추경 편성 요구에 부정적인었던 국민의힘은 올해 들어 입장을 조금씩 선회했는데, 지난달부터는 구체적인 추경 항목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당의 민생회복소비쿠폰(약 13조원)과 달리 ‘선별’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정말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지원하겠다는 취지”라며 “정부와 다양한 지원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연 매출 1억400만원 이하인 영세소상공인 약 210만명을 대상으로 2조1000억원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선불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270만명이 대상이지만, 기초연금 수급자를 포함한 약 1000만명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돼 최소 6750억원에서 최대 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장비 지원은 영세소상공인 자부담 비율(30~70%)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다만 국민의힘은 선별 기조를 강조하며 ‘최소’ 소요 비용을 3조원대로 전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지금 3종 세트를 발표했는데 많이 들어가면 한 3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감세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금 문제에 민감한 ‘수도권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한 외연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개편 필요성을 언급해 온 상속세는 현행 5억원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한도액을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중산층으로 확대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2010년 서울시 피상속인 수 대비 2.9%만 과세 대상자였는데, 지금은 15% 이상으로 늘어났다”라며 “공제액을 조정해서 집 1채 가진 중산층의 부담을 경감 시켜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축은 근로소득세 개편안이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세금융포럼은 6일 국회에서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이 도입을 검토 중인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상향과, 소득세 구간별 과세표준 기준을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높이는 ‘물가연동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물가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부자들은 감세해 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 온 건데, 이거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여야가 쏟아내는 정책·법안들은 이르면 다음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비한 사실상의 ‘조기대선 공약 경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경우 60일 이내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권이 물리적인 시간 제약을 상쇄하기 위해 일찌감치 공약 발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특히 여야 합의가 필수적인 추경과 세제 개편을 전제로 한 정책이란 점에서 정치권이 ‘공수표’를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 문제는 정식 논의 테이블인 국정협의회가 좌초 위기에 처했고, 세제 개편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지난달 11일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조기대선까지 현실화하면 각 정당이 선거 체제로 전환되면서 관련 논의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만일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4월부터 추경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인용되면 대선 정국에 들어가 추경을 하기가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과정에서 논의되는 여러 정책과 공약에 따른 수요들이 잡히는 만큼 대선 이후에나 추경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세수펑크 문제와 부자 감세 정책을 비판해왔는데, 지금은 감세 정책으로 여당과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수 부족 문제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재정 악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제시해야 유권자에게 수권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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