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전한 3개 대회 모두 ‘톱10’ 기염
“드로에서 페이드 구질로 변화 적중
내년엔 올해보다 더 나은 기록 자신”
![]() |
김아림이 올시즌 LPGA 투어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밝은 표정으로 갤러리 환호에 답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제 골프 기술은 올해보다 내년이 훨씬 더 좋을 거예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 데이터의 최대치를 뚫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김아림(30)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단순히 시즌 개막전 우승이나 3연속 ‘톱10’ 같은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시도했던 다양한 변화들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김아림은 시즌 개막전인 지난달 초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LPGA 투어 통산 세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올시즌 출전한 3차례 LPGA 투어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며 매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혼다 LPGA 타일랜드 6위에 이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공동 7위에 오른 그는 CME 글로브 레이스(706점)와 올해의 선수 포인트(39점) 1위, 상금 2위(41만7640달러), 평균타수 6위(68.42타)를 달리고 있다.
김아림은 4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올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는 있지만, 대회 때마다 ‘더 좋은 샷을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특별히 좋아졌다기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게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같다”고 돌아봤다.
“미국에 온지 올해로 5년째인데 이제 잔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샷 스트라이킹은 언제든 자신 있기 때문에 (잔디에 적응한 지금은) 앞으로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못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올해보다 내년에 저의 데이터가 더 뛸 거고, 계속 최대치를 뚫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시즌까지 드로 구질(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궤적)을 90% 구사했던 김아림은 지난 겨울 페이드 구질(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궤적)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130야드 이내 샷 훈련에 절대적인 시간을 쏟았다. 페이드와 드로 비율을 9대1로 바꾸고 정확도를 높이면서 시즌 개막전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131위(66.18%)에 그쳤던 페어웨이 안착률 순위는 올시즌 40위(75.60%)로 올라섰고, 44위(70.91%)였던 그린적중률도 20위(78.70%)로 껑충 뛰었다.
다만 김아림은 여전히 데이터를 쌓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김아림은 드라이버샷이 흔들리면서 단독선두에서 밀려났다.
그는 이를 ‘실수’라고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데이터가 나온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긍정’의 여왕다운 답변이었다.
“경기 중 스피드가 나는 샷을 했을 때 어떤 ‘버릇’이 나오는데, 이건 연습 때는 절대로 고칠 수 없는 거예요. 연습 때는 아무리 세게 쳐도 대회 때의 최대치 스피드가 안나오기 때문이에요. 드로샷에서의 버릇은 알았지만 페이드샷 버릇은 이번에 처음 알게된 거죠. 새로운 데이터를 그때 직면한 거예요!(웃음) 클리어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저는 매 샷을 확실하게 하지 어영부영 치지 않아요. 아시안스윙에서 이렇게 쌓아놓은 데이터를 갖고 미국으로 돌아가 열심히 보완하고 다음 대회에 나설 예정입니다.”
당장 눈 앞의 성적보다는, 스스로를 한계에 몰아붙인 뒤 의미있는 데이터를 뽑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다.
![]() |
LPGA 투어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김아림이 6일 중국 하이난성 젠레이크 블루베이 골프코스에서 개막하는 블루베이 LPGA에서 시즌 2승에 도전한다. [게티이미지] |
김아림은 오는 6일 중국 하이난성 젠레이크 블루베이 골프코스(파72)에서 개막하는 블루베이 LPGA에서 시즌 2승에 도전한다.
블루베이 LPGA는 첫 출전이다. 김아림은 “이제까지 경험했던 코스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린이 이렇게도 생길 수 있구나 느낄 정도다. 변수가 많을 것같고, 재미도 있을 것같다”고 했다.
개막전 우승 기념 파티도 이번 대회를 마친 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린시우 선수 결혼식에 신부 들러리로 참석하기 위해 파티를 미뤘다. 미리 맞춰놓은 드레스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웃음). 중국 대회가 끝나면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마음껏 먹고 즐길 예정이다”고 했다.
올시즌 목표에 대한 질문에 역시 희망하는 승수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올시즌 수차례 강조한 두개의 숫자가 나왔다.
“130야드 안쪽 경기력에서 투어 원톱을 찍는 것, 그리고 6야드 이내 퍼트에서 이전보다 나은 데이터를 얻는 것, 이렇게 두가지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더 길게 보면, 공을 ‘기깔나게’ 잘 다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웃음) 골프에선 장인(匠人)이고 싶고, 경쟁에 있어서는 잘 싸우는 장수(將帥)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