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차오르는 ‘달항아리’…미국 덴버서 특별전 개막 [요즘 전시]

미국 덴버박물관이 소장한 스티븐 영 리의 ‘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덴버박물관에서 지난 2일 개막한 ‘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휘영청 둥근 보름달을 닮았지만, 멋스러이 이지러진 굴곡. 새하얀 순백이 아닌, 우윳빛을 머금은 온화한 색감. 세상 어디에서도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백자, 바로 조선 후기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전반에 빚어진 달항아리다. 한국 고유의 미학을 품은 달항아리가 북미 대륙 한가운데서 미국 관람객을 만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덴버박물관에서 ‘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Lunar Phases: Korean Moon Jars)’ 특별전이 지난 2일 개막했다고 5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특별전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달항아리 3점이 출품됐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3년 12월에 개최된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Perfectly Imperfect: Korean Buncheong Ceramics)’에 이은 두 번째 한국미술 특별전이다.

미국 덴버박물관이 소장한 김민재의 ‘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덴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중심에는 조선시대 달항아리 6점과 현대 도예가들이 제작한 달항아리 6점, 총 12점의 달항아리가 있다. 12점의 달항아리는 1년의 12달을 상징한다. 그리고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회화,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품 9점도 함께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순으로 구성하는 국외전시가 많았지만, 이후에는 특정 장르와 유물에 집중해 깊이 있는 감상을 이끄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도 이런 경향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2013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신라’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한국의 불상’(2020년)과 ‘한국의 치미’(2022년), 덴버박물관의 ‘분청사기’(2023년) 특별전이 대표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백자대호’ [국립중앙박물관]

덴버박물관은 아메리카 원주민 예술, 아시아, 유럽, 미국 및 남미의 회화, 조각, 도자 등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한 기관이다. 2023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한국미술 특별전을 개최하고 한국 현대 작가 연계 프로젝트 등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에는 두 한국인 큐레이터가 상주하고 있다.

현대 작가 재해석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이승민의 작품이 내년 덴버 현대미술관 개인전에 출품되고, 이재이의 작품은 올해 10월부터 워싱턴 D.C. 한국문화원 등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켄 건 민의 작품은 이번 달항아리 특별전에서 선보인다. 덴버박물관은 자체 예산으로 김민재, 이동식, 박영준, 스티븐 영 리의 작품 등 총 4점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했다. 이들 작품들은 이번 달항아리 특별전에 출품됐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앞으로도 국립중앙박물관은 덴버박물관의 사례와 같이 세계의 다양한 거점 박물관과 맺은 교류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덴버박물관 1층의 갤러거 갤러리에서 6월 8일까지 이어진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