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러다 대한민국 사라진다…‘신입생 0명’ 초교 수도권도 나왔다 [세상&]

저출생 여파로 신입생 없는 초교 증가
경기·인천 신입생 0명 초교 총 9곳
전국 초교 신입생 감소로 폐교도 늘어


4일 인천 강화군 송해초등학교 운동장.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안효정 기자]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도 사라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방의 얘기가 아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까지 ‘입학생 0명’의 위기가 들이닥치고 있다. 저출생의 여파가 고스란히 초등학교 입학식에 전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8시께 헤럴드경제가 찾은 인천 강화군 송해초등학교는 활기를 띠는 개학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학과 함께 진행하는 입학식과 ‘입학을 축하합니다’ 등의 플래카드 등이 없어 초라한 분위기마저 흘렀다. 송해초는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다.

4일 인천 강화군 송해초등학교 전경. 2025학년도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이영기 기자.


강화도 중심지인 강화군청과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학교 앞에선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등교 시간대 2회 운행하는 스쿨버스에서 학생 20여명과 학생을 내려주기 위한 학부모 차량도 10분당 1대꼴이 전부였다. 등교 시간 학교 앞 학부모 차량행렬로 정체가 생기는 서울과는 딴판이었다.

입학식이 진행됐다면 활기를 띠어야 할 운동장에는 적막한 분위기만 흘렀다. 창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학생들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운동장에는 주인을 찾지 못한 축구공만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다.

4일 인천 강화군 송해초등학교 교문으로 스쿨버스가 들어가고 있다. 송해초는 2025학년도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이영기 기자.


송해초는 신입생을 받지 못해 전체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이날 기준 송해초의 전체 학생 수는 34명으로, 지난해(46명) 대비 12명이 줄었다. 매년 4~10명 들어오던 신입생을 받지 못한 여파다. 교육부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송해초는 ▷2022년 10명 ▷2023년 4명 ▷2024년 8명 등 매년 신입생을 받아왔다.

인근 주민은 학생 수 감소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학교에서 학생 체온 측정 봉사를 해왔던 60대 A씨는 “팬데믹 때 체온 측정하면서 봤던 학생 명단이 60번대까지는 간 걸로 기억한다”며 “반이나 줄었는지는 몰랐지만, 학생이 좀 줄었나 싶을 정도로 잠잠했다”고 설명했다.

강화도에서 줄곧 거주했다는 송해초 관계자는 학생이 줄어드는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일자리가 전혀 없다”며 “일터가 없으니깐 강화도를 전부 떠난다”고 설명했다.

4일 인천 강화군 삼성초등학교 전경. 삼성초는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이영기 기자.


인근의 삼성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22년부터 신입생이 점점 줄더니 올해는 신입생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초 신입생은 ▷2022년 4명 ▷2023년 2명 ▷2024년 2명으로 점점 감소했다.

삼성초와 송해초 모두 강화도 중심지인 강화군청과 차로 10분 거리 이내 위치했지만 신입생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심지를 벗어나면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더 늘어난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는 총 9곳이다.


인천 지역 초등학교는 ▷남부초 이작분교 ▷주안남초 승봉분교 ▷삼목초 장봉분교 ▷강화 삼성초 ▷강화 서도초 ▷강화 해명초 ▷강화 송해초 등 총 7곳이다. 경기 지역에서 여주 이포초 하호분교장, 포천 중리초(폐교 예정) 등 2곳이다.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던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이 이제 수도권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21~2025년) 시도별 초등학교 입학생 추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등학교 1학년 취학예정 아동 수는 35만6258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3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42만8405명 ▷2022년 43만1509명 ▷2023년 40만1907명 ▷2024년 35만3828명이다.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하는 초등학교도 해마다 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2021년 112곳 ▷2022년 126곳 ▷2023년 149곳 ▷2024년 157곳이던 ‘입학생 0명’ 초등학교는 올해 184곳으로 잠정 집계됐다. 교육 당국은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를 보일 경우 내년에는 처음으로 200곳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폐교 수치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 폐교된 초중고교는 ▷2021년 24곳 ▷2022년 25곳 ▷2023년 22곳 ▷2024년 33곳 ▷2025년 49곳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신입생 감소와 폐교 증가로 관할 교육청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교육청은 폐교를 교직원 연수시설이나 지역 주민 복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폐교가 결정되면 교직원 복지나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영흥초등학교 선재분교는 교직원 연수시설로 활용하고 있고, 난정초를 탈바꿈해 인천난정평화교육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