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 (73) KLPGA 박민지가 중요하다

박민지. [사진=KLPGA]


한국 여자골프가 해외에서 성취한 화려한 역사와 기록들에 비해서 국내 투어의 기록은 초라하다. KLPGA의 최다승 기록도 구옥희와 신지애의 20승에 불과하다. 유망한 신인선수가 나타나면 모두 해외진출을 서둘렀기 때문에 해외 투어의 성적은 빛이 났지만 국내 투어인 KLPGA의 기록을 끌고 나가는 스타는 없었다.

가장 큰 기대주 박민지

KLPGA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서 이제 그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나야 하는데 가장 큰 기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는 박민지이다. 박민지는 19세였던 2017년 프로 데뷔 직후 첫 우승을 한 이래 2024년까지 8년 동안 매년 우승을 했고 현재 19승을 기록 중이므로 2025년에 KLPGA 최다승 기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박민지가 20승의 기록을 넘어서 몇 승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KLPGA를 끌고 나가는 동력으로 자리잡고 오랫동안 투어를 석권하는 스타가 될 것을 기대한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일본 여자선수들

일본투어에서는 JLPGA를 석권하며 장기 집권했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히구치 히사코 선수인데 23세 때인 1968년에 JLPGA 첫 우승을 한 이래 45세에 마지막 우승을 할 때까지 20년 연속 우승을 하며 69승을 달성했다. 미국 LPGA에서도 2승을 하기는 했지만 히구치는 철저하게 국내용 선수였다. 그녀는 일본 골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입회하는 영광을 누렸다. 히구치 히사코보다 6살 아래였던 아야코 오카모토도 24세에 JLPGA 첫 승을 하고 48세에 마지막 우승을 할 때까지 일본 여자골프의 대세였는데 JLPGA 44승과 LPGA 17승을 올리며 역시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70승의 목표

이제 겨우 26세인 박민지는 벌써 19승을 했으므로 40세 중반까지 우승을 계속하면 히구치 히사코의 69승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수도 있다. 유망한 많은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했으므로 박민지가 국내 골프를 지키는 안방마님처럼 KLPGA를 석권한다면 해외에 진출하여 성공을 거둔 선수만큼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박민지는 해외진출 때문에 흔들릴 필요가 없고 해외에서 성공한 선수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KLPGA의 역사를 새로 쓰며 한국 투어발전의 중심이 되는 선수가 되면 자연적으로 유명 해외대회에 출전할 기회도 생기고 세계랭킹도 높아진다.

성공의 열쇠 강심장

필자가 박민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독보적인 골프기량 때문이 아니다. 정상급 선수들의 우승경쟁은 골프샷의 싸움이 아니라 심장의 싸움인데 박민지는 대스타가 될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인 강심장을 가졌고 우승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승자 인터뷰 때 눈물을 보였던 여린 모습도 있었지만 연장전의 전적이 7전 6승1패인 것만 보아도 박민지가 얼마나 강한 마음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2024년 건강 악화로 인해 1승에 그쳤지만 건강을 회복한다면 그녀의 우승행진은 앞으로 20년 이상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박민지의 우승이 반복될 때 마다 KLPGA의 역사가 바뀌게 되므로 부디 큰 목표를 가지고 장기적인 선수생활의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박민지 팀의 보스 박민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박민지를 지원하는 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모, 코치, 캐디, 매니지먼트사, 스폰서, 팬카페까지 모두 같은 팀으로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민지가 성공하면 팀의 멤버들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고 팬들은 성취감을 나누며 행복해질 수 있다. 박민지는 자기 팀의 보스로서 팀원들의 성공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무게를 견뎌야 하지만, 팀원들 중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될 것이고 한국 골프 역사에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기록을 쓰는 영광도 가질 것이므로 책임의 무게를 피하지 말기 바란다.

우승은 늙지 않는다

대부분의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은 30세가 넘으면서 은퇴를 생각하게 되는데 박민지는 긴 호흡을 가다듬고 오랫동안 신기록을 쓸 수 있도록 마음과 체력을 준비하기 바란다. 독일 선수인 베른하드 랑거는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47승을 한 최다승자이고 2024년 67세에도 최고령 우승을 했던 전설 같은 현역 선수인데 그가 했던 말을 박민지에게 전한다. “우승은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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