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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직원수 140명. 태어난 지 이제 갓 두 돌된 신생 스타트업. 그럼에도 기업 가치는 무려 90억달러(약 12조9000억원), 즉 직원 1인당 가치가 900억원인 이 회사. ‘구글 대항마’로 급성장한 미국 인공지능(AI) 검색엔진 ‘퍼플렉시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사용한다는 퍼플렉시티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500만명, 전 세계에서 매달 약 50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이 검색 엔진의 정체는 무엇이며,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퍼플렉시티는 지난 2022년 챗GPT를 만든 오픈AI 출신 아라빈드 스리니바스(31)가 창업한 미국 AI 스타트업이다. 검색을 한다는 점에선 구글과 비슷하지만 구글처럼 검색된 결과를 링크로 주르륵 나열하는 게 아니다. AI를 통해 질문자의 의도에 맞는 답을 찾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에 대해 말해줘. 그의 출생지와 어린시절, 대학 시절 그리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와 그의 현재 활동까지.”
기자가 직접 퍼플렉시티에 창업주 스리니바스에 대해 물었다. 퍼플렉시티는 답변 상단에 참고한 기사 등의 출처와 오른쪽에는 스리니바스의 인터뷰 영상 및 사진들을 한눈에 보여줬다. 답변 사이 사이에는 출처 링크가 번호로 달려 있었다. 마치 한 편의 학술 논문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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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렉시티 검색 화면 캡처] |
퍼플렉시티는 스리니바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리니바스는 1994년 6월 7일 인도 타밀라두주 첸나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교육을 매우 중시하는 집안 환경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공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학업 성적이 뛰어났다. 꾸준히 과학 박람회, 토론회, 리더십 프로그램을 들었으며 특히 수학 과목을 좋아했다.
그는 인도 공과대학교(IIT) 마드라스에서 전기공학 복수 학위를 취득하고 2017년에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졸업했다.
AI에 관심이 많았던 스리니바스는 석사 학위를 마친 후 파이썬과 머신 러닝 등을 독학으로 배웠다.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에서 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2021년 버클리를 졸업했다.
스리니바스는 졸업후 실리콘밸리의 내노라한 테크기업에서 근무하며 차곡차곡 실무경력을 쌓았다.
2018년 스리니바스는 챗GPT AI를 서비스하는 오픈AI의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2019에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구글 AI 연구기업 딥마인드에서도 일했으며, 2020년부터는 구글로 옮겨 검색 엔진에 대해 실무 지식을 쌓았다. 이후 그는 앤디 콘윈스키, 데니스 야랏스, 조니 호와 함께 퍼플렉시티를 공동 설립했다. 회사는 빠르게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AI 기반 검색 엔진 분야에서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구글 대항마’라고 불리는 퍼플렉시티에 대해 스리니바스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스리니바스는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매체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직 구글의 지배력에 비해 입지는 현저히 낮아도 구글의 라이벌 회사를 만든 스리니바스는 “아직 어색하다”면서도 “구글 중심의 검색 엔진 서비스에 혁신을 일으킬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퍼플렉시티의 생존을 위해 구글을 파괴하거나, 전세계가 자신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도록 설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구글에서 실행하는 검색의 1% 정도만 나의 서비스를 이용해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나는 여전히 피차이의 열렬한 팬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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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예능 프로그램 ‘AI 히치하이커’에 등장한 퍼블렉시티 샌프란시스코 본사 내부 모습. [MBC 방송 캡처] |
“여기가 정말 사무실 맞아?”, “간판도 없어!”, “그냥 은행 지점인 줄.”
최근 다큐 예능 프로그램 ‘AI 히치하이커’에서 이장원, 하석진, 존박 이른바 ‘뇌섹남 3인’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퍼블렉시티 본사를 방문해 이같이 말한다. 어마어마한 기업가치에 비해 예상 외로 규모가 작은 사무실을 본 출연진은 적잖이 당황한다.
이들이 만난 드미트리 쉬벨렌코 퍼플렉시티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직원 수가 140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실 저희는 (작은) 규모가 장점 중 하나다”라며 “왜냐하면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은 인원으로 사업이 가능한 이유로 그는 “업무에 AI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한 달처럼 느껴져야 한다. 하루에 한 달 치 일을 끝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으로서는 챗GPT가 있고, 검색 엔진으로는 구글이 있는데 그들과의 경쟁에서 (퍼플렉시티가)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에 대해 드미트리 CBO는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은 사용자가 일일이 정보를 클릭하며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최선의 방식은 아닐 수 있다”며 “퍼플렉시티는 이용자의 질문에 적합한 수많은 자료를 AI가 판단해 요약해서 제공하고, 상단에는 출처 리스트를 올려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스리니바스의 ‘사업 비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최종 목표는 어떤 형태의 데이터라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리니바스는 “궁극적으로는 사용자가 어떤 파일을 업로드하든 상관없게 될 것”이라며 “방대한 텍스트 문서, 폴더, 여러 개의 동영상 등 어떤 형태의 데이터라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URL을 검색 결과에 붙여넣는 것도 단적인 예다. 스리니바스는 “우리는 해당 영상의 대본을 분석하고 영상의 내용을 이해한 후, 특정 순간이나 세부 사항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현재도 이미 이미지를 업로드할 수 있으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퍼플렉시티는 ‘출처표기’ 등 차별점 덕에 단번에 AI 검색 서비스 분야의 ‘수퍼 루키’로 떠올랐다. 이는 AI 챗봇과도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에 힘입어 퍼블렉시티는 창업한 지 2년도 채 안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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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2025년 현재 스리니바스는 연간 약 5000만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0일부터 11일까지 파리에서 개최된 ‘AI 액션 서밋(Action Summit)’에 참석해 인도의 AI 역량에 대해 설명하며 투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100만달러를 투자해 자격을 갖춘 인도의 인재들이 AI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니바스 CEO는 Thought Economics와의 인터뷰에서 퍼플렉시티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통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파란색 링크(검색 결과 목록)를 나열하는 방식은 일종의 임시방편이다. 사실 나는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가 ‘답변 엔진(Answer Engine)’으로 진화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즉 검색 엔진이 스스로 링크를 탐색하고, 웹페이지의 내용을 분석하며, 관련 정보를 식별한 뒤 사용자에게 간결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퍼플렉시티의 핵심 철학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퍼플렉시티는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대규모 벤처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스리니바스 CEO는 미국에 기반을 둔 초기 AI 스타트업을 키울 계획이다.
지난달 26일 CNBC,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5000만달러(약 716억원) 규모의 벤처 펀드 조성에 나섰다. 퍼플렉시티는 그간 끌어모은 자금의 일부를 이곳에 사용할 예정으로, 앵커 투자자(주요 투자자)로 활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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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왼쪽) SKT CEO와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가 악수를 하고 있다. [SKT] |
퍼플렉시티는 최근 5억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를 마감하며 기업 가치를 약 13조원으로 평가 받았다. 현재까지 조달한 누적 자금 규모는 총 9억1500만달러(약 1조3153억원)에 달한다. 주요 투자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토비 루트게 쇼피파이 CEO, 얀 르쿤 메타 AI 수석과학자, 안드레이 카파시 오픈AI 공동창립자, 수잔 워치츠키 전 알파벳 CEO 등이 있다. 한국 기업 SKT도 이곳의 투자자다.
SK텔레콤은 퍼플렉시티와의 협업을 통해 SK텔레콤의 AI 비서 ‘에이닷’에 챗봇 서비스를 통해 하루 50회 무료로 퍼플렉시티 AI 검색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와 스리니바스 CEO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SKT의 고객은 연 29만원(1달 구독료 20달러) 상당의 퍼플렉시티 프로 버전을 1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상호 지분 투자와 개발 협력도 진행 중이다. SKT는 퍼플렉시티에 10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투자했으며, 퍼플렉시티는 SKT가 글로벌 AI 비서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실리콘밸리 자회사인 ‘글로벌 AI 플랫폼 코퍼레이션(GAP Co.; Global AI Platform Co.)’에 지분을 투자할 예정이다.
퍼플렉시티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말 AI 시스템과 외부 데이터 소스를 연걸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카본’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퍼플렉시티가 단순 검색을 넘어 외부 데이터 활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봤다.
최근에는 틱톡 미국 사업부 합병도 추진해 눈길을 끌었다. 퍼플렉시티는 새로운 법인 ‘뉴코(Newco)’를 설립하는 한편, 향후 기업공개(IPO) 시 미국 정부가 최대 5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알고리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점과 규제 당국의 승인 여부가 불확실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스리니바스는 “현재 미국인 세 명 중 한 명꼴로 틱톡을 쓴다. 사용자층도 다양한 데다 틱톡의 검색창은 엄청난 검색 트래픽을 자랑한다”고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틱톡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인 ‘허위 정보가 많다는 점’을 AI 기술로 각 영상물에 대한 추가 검증과 내용 설명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퍼플렉시티는 이번에 조성할 펀드를 통해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 확장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펀드에 투입되는 대부분의 자금은 외부 파트너들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파트너로는 지난 2019년 벤처 회사인 F7벤처스를 공동 설립한 켈리 그라지아데이와 조안나 리셰벨렌코가 언급되고 있다.
CNBC는 “퍼플릭시티는 약 8만명의 개발자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 스타트업에 투자할 경우 잠재적인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누가 사용하는지, 누가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지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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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가 팟케스트에 출연해 인터뷰 하고 있다. [@Vivek Naskar 엑스(X·옛 트위터) 영상 갈무리] |
퍼플렉시티는 새로운 검색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 시장 점유율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며 저작권 침해 논란 등의 과제도 안고 있다.
퍼플렉시티의 검색량은 지난해 10월 한 달 기준 4억3000만건에 이른다. 2550억건인 구글에 비하면 아직은 매우 낮은 수준(0.17%)이다.
포브스는 지난해 6월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의 AI 드론 스타트업에 대한 탐사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퍼플렉시티가 다음날 해당 기사에 대한 AI 생성 웹페이지를 게시해 논란이 일었다.
존 파츠코프스키 포브스 편집장은 “퍼플렉시티가 우리 보도 내용의 대부분을 표절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퍼플렉시티가 포브스를 눈에 띌 정도로 인용하지 않았으며 다른 여러 뉴스 보도들을 인용해 교묘하게 베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포브스 측은 퍼플렉시티에 서한을 보내 AI가 생성한 기사 인용을 중단하고 퍼플렉시티 페이지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에 대해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스리니바스는 “AI 모델의 출처를 더 쉽게 찾고 눈에 띄게 강조해야 하는 데에는 동의한다”라면서도 “다른 매체의 콘텐츠를 도용한 사실이 없다. 우리는 사실 정보 수집에 더 가깝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모회사 다우존스와 뉴욕포스트 등 여러 매체들은 ‘퍼플렉시티의 콘텐츠 불법 복제’를 문제 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뉴욕포스트는 “퍼플렉시티 사용자는 뉴스 콘텐츠를 매체 홈페이지가 아닌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해 접한다”며 “구독료와 광고로 연명하는 미디어 업계는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스리니바스 CEO는 언론사와 광고 수익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의 질문에 답할 때 광고주의 제품을 함께 소개해주는 식으로 광고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더해 날마다 진화하는 AI 검색 환경에서 머지않아 구글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온다.
스리니바스는 지난해 열린 SK텔레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매일 퍼플렉시티 검색 엔진을 쓴다”면서 “AI 검색을 통해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억만장자에게나 우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24시간”이라며 “SKT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1년 동안 무료로 제공하려는 것도 전 세계인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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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빈드 스리니바스가 걸어온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