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엔비디아 추락에 ‘韓·美 반도체’ 모두 파랗게 질렸다 [투자360]

KRX 반도체 지수 지난 한 주간 -8.66%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또한 동일 기간 10.36%↓
트럼프 관세 위협에 반도체 수출 제한 우려 영향
엔비디아 부진과 함께 SK하이닉스도 하락세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연초 반등 조짐을 보이던 반도체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본격적인 관세 위협으로 한국과 미국 모두 일제히 하락 중이다. 지난해 경기침체 우려에도 굳건하던 반도체주의 강세와는 다른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달 19일 3748.41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이어가다 다시 3200선으로 내려왔으며 지난 한 주간 총 8.66% 감소했다.

올해 빨간불이 연이어 켜질 정도로 흐름이 좋았던 반도체 지수였으나, 대내외 변수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우선 반도체 산업의 업황 자체가 좋지 않다. 1월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0.1% 늘어나면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이는 작년 9월 0.7% 감소한 뒤로 가장 저조한 수치다. 지난달 수출마저 저조해 1년 전보다 3% 감소하며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2월 전체 수출은 1% 소폭 증가에 그쳤다.

산업연구원은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중국 등 기타 국가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이 5.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부과가 시행된 이후인 현 상황에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이유다.

이미 미국 증시는 관세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앞서 미국 내 반도체 대장주라고 불리는 엔비디아는 대중 수출 제한 우려와 관세 영향으로 지난 3일(현지시간) 8%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이어 대중국 반도체 통제를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엔비디아가 별도 허가 없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의 양과 종류를 더 제한할 것으로 예상돼 투심을 위축시켰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6일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분기 실적과 전망치를 발표하며 경계된 투심을 회복하는 듯했으나 시장은 되레 대형 기술 기업들의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다시 주가에 정체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는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었지만, 주가의 모멘텀도 그만큼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특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총 마진이 2~4월 70.6%로 전년(75%)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주가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한 주간 주가가 13.72%로 큰 폭 하락했으며 경쟁업체인 AMD(-9.10%), 브로드컴(-14.26%)도 급락했다.

그렇다 보니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또한 한 주간 10.36% 감소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반에크 반도체 ETF(VanEck SemiconductorETF)도 -9.90%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의 부진에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4749억달러 치 팔았다. 이는 직전 주 4054억보다 많은 금액이다.

한편 국내 반도체주 역시 트럼프 관세는 물론, 엔비디아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으며 주가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에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한 주간(2월 24~3월 4일) 11% 급락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경기 선행지표들의 추세 상승 전환이 확인되기 전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8~24만원 구간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시간을 가지고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외 ▷삼성전자(-6%) ▷피에스케이홀딩스(-13%) ▷한미반도체(-15%) ▷테크윙(-22%) ▷디아이(-31%) ▷미래반도체(-9.02%) 등도 동일 기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주 ETF 수익률(2/21 종가~2/28 종가) 하위 1~3위도 모두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ETF가 차지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18.75% ▷KODEX 반도체 레버리지 -17.49% ▷TIGER 반도체TOP10 레버리지 -17.20%로 모두 17% 이상 하락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반도체 시장은 2년간의 상승으로 인한 높은 차익 실현 수요에 따라 악재를 과대 해석 및 왜곡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높은 주가 변동성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1월 말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칩 수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주가가 크게 하락했으나 이내 다시 반등한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오히려 반도체 섹터 전반에 대한 투자가 아닌 반도체 소부장 기업 등 빅테크, 스타게이트 등 대규모 AI 투자의 수혜를 볼 수 있는 AI 칩 및 관련 밸류체인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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