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끝에 무죄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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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1980년대에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은 회원들이 재심을 통해 30여년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국가보안법과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인노회 회원 A씨와 B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인노회는 1988년 3월 결성된 단체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지난 1989년 1월 치안본부가 인노회를 이적단체로 지목하고 회원 18명을 불법 연행, 이중 15명이 구속되면서 와해됐다.
A씨와 B씨는 1988년 ‘이적단체’인 인노회에 가입해 이적표현물을 소지·반포한 혐의로 이듬해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장기 파업 농성 투쟁 중인 회사의 쟁의행위에 개입한 혐의도 적용됐다.
1989년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듬해 열린 항소심 역시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내렸다.
하지만 2017년 인노회 회원 신모씨의 재심 사건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재심 재판부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또 서울고법은 지난해 인노회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분신한 고(故) 최동 열사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8년 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23년 3월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고법 재판부는 “인노회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 등을 위한 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한 문건에 대해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이들이 치안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강제로 연행돼 불법 체포된 상황에서 문건 또한 강제로 압수당했다는 것이다. 또 이들 문건을 A씨와 B씨가 소지했다거나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재심의 심판범위, 증거능력, 진술의 임의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