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방산·AI 등 대상
기금통해 100조 이상 집중 지원
초저리대출·지분투자 방식 병행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기금을 신설해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의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이를 바탕으로 핵심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산업은행에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고, 이를 기초로 산은 본체·시중은행과 협력해 총 100조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3·8면
정부는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은행에 5년간 최대 50조원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방안을 확정했다.
최 대행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중국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는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되고 반도체, AI, 전기차 등 첨단기술 중심으로 산업 전반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주요국의 기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는 무엇보다도 ‘시간을 선점’ 해야한다”면서 “첨단기술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행은 “이를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해 반도체, AI,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까지 폭넓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은 첨단전략산업과 국가전략기술 보유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이다. 대상 산업은 반도체와 배터리(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로봇, 백신, 수소, 미래차, AI 등이다.
기금은 3년간 17조원 규모로 운영중인 반도체 저리지원 프로그램에 배터리·바이오 등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던 자금 34조원을 더해 조성된다. 정부는 이를 기초로 산업은행, 시중은행과 협력하면 모두 100조원 이상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원은 매년 국회의 정부 보증 동의 한도 내에서 정부보증 첨단전략산업 기금채를 발행해 마련하며, 투자 기간동안 기금채 이자나 대출 비용 등 기금운영 자금은 산은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기금에 출연한다.
정부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첨단산업에도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등 자금을 최저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초저리 대출해줄 뿐 아니라, 은행과 공동대출을 통해 지원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거나 지원기업과 합작법인(JV)이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이나 군함 건조·유지보수(MRO) 등 대규모 공정설비를 신설하는 형태의 지분투자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간은행도 대규모 자금지원에 동참할 수 있도록 출자분에 대해 대출수준의 위험가중치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후순위 보강을 해주고 전력·용수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방산산업 등에서도 글로벌 수주경쟁시 수주산업의 구매상대방에게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구매국에서 금융지원 패키지를 원했지만,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한도나 금리에 한계가 있어 산업기술력은 좋은데 금융지원이 없어 수주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달 중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정부보증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법 통과시 조속히 지원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계약 분쟁조정제도 개선방안,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대책, K-농업기술을 활용한 개발도상국 식량안보 기여 방안 등도 논의됐다.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한 중장기 가축 방역 발전대책도 논의됐다. 최 대행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이달 14일까지 특별방역대책기간을 2주간 연장한다”며 “앞으로 농가 차원의 자율방역을 촉진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농업기술을 활용한 개발도상국 식량안보 기여 방안도 언급했다. 최 대행은 “올해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 정부와 협력해 현지에서 검증된 기술로 식량안보 지원 성과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문숙·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