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하더니 집이 들썩”…포천 폭탄 오폭 현장 ‘아비규환’

6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이 낙하한 폭탄이 민가에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낙탄지점 인근의 한 주택 유리창이 사고로 인해 파손되어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6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 중 발생한 전투기 오폭 사고로 피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분쯤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낭유대교 인근 노상에 공군 전투기가 실은 공대지 폭탄 MK-82가 비정상 투하돼 평화로웠던 시골 마을이 아수라장이 됐다. 공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5명과 군인 2명이 중경상을 입고, 교회 건물 등 민가 7가구가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 현장은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 폭발 충격으로 주택 기와지붕은 처참히 내려앉았고, 나무들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폭탄 충격파로 성당 건물과 주택 3채, 비닐하우스 등이 파손됐으며 바닥에 벽돌과 목재 조각이 나뒹구는 등 폭발 흔적이 곳곳에 남다.

목격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반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건물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고, 온몸이 아직도 덜덜 떨린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또다른 70대 주민은 “집 안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이 친 것처럼 엄청난 폭음이 들리더니 온 집이 흔들렸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주변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6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이 낙하한 폭탄이 민가에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의 한 주택이 낙탄으로 인해 파손되어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사고 현장에서 약 150m 떨어진 주택에 있던 80대 주민은 “뭔가 ‘쌩’ 하는 폭격기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쾅’ 하고 터졌다”며 “그 순간 집이 들썩였고, 전기가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약 1km 떨어진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도 폭발의 충격이 감지됐다.

이 센터 원장 유 모 씨는 “당시 센터에 어르신 27명이 선생님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발 같은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며 “유리창도 깨져서 선생님 한 분이 다쳐 병원으로 가셨다”고 말했다.

군은 현재 폭탄이 완전히 폭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폭발물 처리반(EOD)이 현장에서 불발탄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사고 현장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전면 통제됐으며,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한편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공군, 육군과 주한미군이 참여하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열렸고 공군은 F-35A·F-15K·KF-16·FA-50 등 전투임무기를 투입했다. 공군은 이 가운데 KF-16에서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돼 사격장 외부에 낙탄됐다고 밝혔다.

공군은 이날 전투기 오폭 사고 관련 언론브리핑에서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조종사 진술 등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사격 훈련을 할 때 원래 좌표를 입력하고 육안으로 식별하는 과정도 있다”면서 “그게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사고 수습을 위해 군사훈련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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