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보다 강하다”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 주목받는 곳은 ‘OO株’ [투자360]

트럼프,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관련 한국에 러브콜
강관株 급상승···석유 시추에 필수인 강관(철강 파이프)
동양철관·하이스틸·휴스틸·넥스틸·세아제강↑
미국 현지 생산시설로 관세 전쟁서 한 발짝 물러나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알래스카 트랜스-알래스카 파이프라인. [AP·게티이미지코리아]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5일 코스피 시장은 액화천연가스(LNG)와 강관업의 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과 관련해 한국에 러브롤을 보내자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 사업에 한국 일본 등이 대규모 투자로 동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취임식부터 가스·석유 생산 확대를 뜻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을 외친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전통 에너지의 부활을 알린 셈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국의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또는 개발 참여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5일 전장 대비 15.31% 오른 6만1000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최대 민자 발전사로 장기간 LNG를 직도입해 오면서 인프라와 해외 자산 투자를 해 왔다. 가스개발 사업을 벌이는 한국가스공사 또한 12.80% 오른 4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통적인 가스개발 산업 외에 이번엔 특히 ‘강관업체’들이 주목받았다. 강관업체는 철강 파이프를 만드는 기업으로 LNG 시추가 늘어나면 유정관(OCTG)과 송유관 등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제조·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유정관은 석유·천연가스 시추(채굴) 과정에서 필수적인 강관이다. 시추 장비가 땅속 깊은 곳을 뚫을 때, 뚫린 구멍을 지탱하거나 시추한 자원을 지상으로 운반할 때 강관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형 강관업체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동양철관은 전장 대비 30% 오른 897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이스틸도 장중 상한가를 기록한 뒤 전장 대비 29.97% 오른 3990원에 마감했으며, 휴스틸은 15.89%, 넥스틸은 12.80%로 각각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1위 강관업체 세아제강의 주가는 2.32% 올랐다. 세아제강은 이미 전날에도 주가가 9% 넘게 상승했다. 상상인증권은 세아제강이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기저항용접(ERW)이나 아크용접(SAW) 등 규격에 따른 용접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세아제강의 생산능력은 160만 톤 규모에 달한다.

심지어 강관업체는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있다. 휴스틸, 넥스틸, 세아제강 등 주요 강관 업체들이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응해 현지 생산시설을 마련했거나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 현지의 물량으로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세아제강은 지난 2017년부터 미국 휴스턴에 연산 25만t(톤)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휴스틸도 휴스턴 인근에 연산 7만2000t 규모의 유정용 강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

넥스틸은 이미 2017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부지 10만평 규모의 넥스틸 사하(Nexteel SAHA) 강관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에선 북미 셰일가스용 2~5인치 크기를 생산한다. 트럼프 1기(2017년 1월20일~2021년 1월20일) 당시 셰일가스를 향한 러브콜의 결과다.

단, 미 무역확장법 232조가 시행되면서 셰일가스 혁명에 ‘수출 효자종목’으로 여겼던 강관재의 경우 당시 트럼프 행정부와 진행된 쿼터 협상에서 수출 할당량이 연간 100만톤 수준으로 제한돼 2018년 수출량이 급감했다.

하지만 넥스틸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다시 적극적으로 강관을 생산하고 있다. 넥스틸은 지난해 9월, 26인치 전기저항용접(ERW) 강관 납품계약을 미국 기업과 체결하기도 했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강관은 현지 공급여력이 부족하다면 관세 리스크가 모두 판가로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현지 OCTG 가격의 급등세는 불확실성의 판가 전이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봤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 또한 “3월 4일 행정명령 발효 이전부터 수입 감소 우려가 선제적으로 반영돼 미국내 OCTG강관 가격은 서명 이전 대비 30.6% 상승했는데, 향후 미국의 강관 수입 감소 규모에 따라 미국 내수 가격의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예상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쉴 새 없이 관세 정책을 몰아치고 있지만 결국 원하는 건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것이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트럼프 정부의 ‘더 팔고 싶은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통 에너지”라며 “이를 통해 생산을 늘려 자국 수요를 충당할 뿐만 아니라 수출까지 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에도 전통 에너지(석유, 가스, 석탄)가 주력 산업이었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과 동시에 ▷에너지독립 ▷에너지산업 규제 완화 ▷수출 확대로 미국산 에너지 영향력 강화 추진 등 미국 우선주의 에너지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자연스레 트럼프 1기 기간 미국 내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 SK E&S, 한국가스공사가 수혜를 봤다.

그러나 트럼프 1기 초반에는 유가 상승과 함께 전통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올랐지만, 후반에는 유가 하락과 함께 주가도 하락세를 그렸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따라서 “에너지인프라처럼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생산량 증가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기업, 동시에 에너지 가격 하락의 손해를 덜 볼 수 있는 기업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 또한 LNG 밸류체인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 LNG 수출 정책과, 미국 남동부 전력회사와 파이프라인 기업들의 천연가스 인프라가 대규모 확장될 것”이라면서 냉각기(에어쿨러) 수요 확대를 내다봤다. 그러면서 “SNT에너지의 공랭식 열교환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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