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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5일(현지시간) 그린란드를 병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라고 항의했다.
에게데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인과 그들의 지도자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매물이 아니며 강제로 빼앗을 수도 없다”며 “우리의 미래는 그린란드 안에서 우리에 의해 결정된다”며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연방 의회 연설에서 그린란드에 대해 “여러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우리는 여러분을 미국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확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군사·경제적 강압적 수단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이전 입장보다는 수위가 낮아졌지만 ‘어떤 식으로든’ 미국 영토로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여론조사를 근거로 대부분 그린란드인이 미국 편입에 반대하지만 동시에 덴마크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오는 11일 예정된 그린란드 총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노골화하면서 그린란드의 독립 여부가 선거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광물,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는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 식민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됐다. 자치권을 이양받았으나 외교, 국방 정책 결정 권한은 여전히 덴마크가 쥐고 있다.
덴마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트룰스 룬드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이날 현지 공영방송 DR과 인터뷰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주민이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그린란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린란드 주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그린란드가 덴마크와 관계를 점진적으로 단절하려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미국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 의회 외교정책위원회 의장인 마르틴 리데고르 사회자유당 대표는 “트럼프의 발언은 완전히 무례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전보다 폭탄선언이 줄어든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전 스웨덴 총리이자 유럽외교협의회 공동의장인 칼 빌트는 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것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국가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