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불공정요소 집중적 점검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가·필라테스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표준약관 제정안 마련에 나선다. 할인 특가 등을 미끼로 수강료를 받은 뒤 갑자기 문을 닫는 ‘먹튀 폐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4일 요가·필라테스 표준약관 제정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은 약 7개월간 요가·필라테스 업종의 시장 현황과 거래조건, 소비자피해 경험 등을 파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 계약서를 수집해 계약 해지 요건과 환불기준, 폐·휴업 시 약관의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고 불공정 요소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공정위는 도출된 개선과제를 바탕으로 요가·필라테스 서비스 분야 표준약관 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표준약관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표준이 되는 약관이다.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한 내용이 담긴 약관이 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가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제정한다.
공정위가 이런 움직임에 나선 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헬스장 먹튀 폐업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됐고, 유사한 업종으로 매장수가 빠르게 요가·필라테스 업종에도 피해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요가·필라테스 서비스는 표준약관이 없다 보니 각 업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 등을 내세우며 청약 철회나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1~2023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필라테스 업종의 피해구제 신청은 2487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환급 거부, 과다 위약금 부과 등 ‘계약해지’와 관련된 내용이 91.4%를 차지했다. 사업자의 연락두절 등으로 인한 ‘처리불능’ 사건은 지난 2023년 69건으로, 전년(17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가·필라테스는 헬스장과 유사해보이지만, ‘체육시설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폐업할 때도 헬스장에 적용 되는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헬스장 등 체육시설업자는 올해 4월 23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 휴업·폐업하려는 경우 그 예정일 14일 전까지 휴업 또는 폐업 사실을 회원과 일반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위반시에는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회에선 요가·필라테스 업종을 신고 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고 영업 중단 시 피해를 배상하는 내용의 법안의 발의되기도 했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자유업종은 또 서비스 요금 체계·환불기준 등을 사업장 게시물이나 등록신청서에 표시해야 하는 ‘가격표시제’ 대상도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요가·필라테스 관련 사업자 단체와 협의를 거친다면 헬스장처럼 폐업 사실을 미리 고지하는 내용 등도 표준약관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업체가 표준약관을 안 쓰면 별도 표시를 하게 되어 있는데 소비자들도 이런 업체와 계약할 때는 더 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9년 필라테스·요가 서비스의 위약금 한도를 ‘계약금액의 최대 10%’로 명시하는 내용으로 ‘계속거래 등의 해지·해제에 따른 위약금·대금 환급에 관한 산정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