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상의, 기업 R&D 투자·디지털 전환 등 새 기회 모색 지원
‘대한민국의 산업수도’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
지금껏 ‘부자도시 울산’을 대변해 온 말이다. 실제로 울산은 통계청의 최근 발표 자료인 2023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8123만 원으로 전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 순유출률이 높고, 소비지수도 전국 최하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울산은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 즉 소비지수가 전년도에 비해 4분기 평균 마이너스(-) 6.475%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국 평균도 마이너스였지만 전년비 2.25% 하락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전국 평균치보다도 3배 가까이나 높다.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슈퍼마켓 및 편의점, 승용차·연료소매점, 전문소매점 등에서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지역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SK에너지, 삼성SDI 등의 글로벌 공장이 몰려 있지만, 공장자동화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소비동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울산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이 수출 의존적이어서 현재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기술 경쟁, 미국의 관세장벽 등 보호무역주의 심화, 공급망 불안정으로 지역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조선산업 분야는 ‘맑음’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한-미 조선업 협력정책으로 우리나라 조선과 방산 특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해군함정 건조를 동맹국에도 허용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이 미국 의회에 지난달 5일(현지시간) 발의되면서 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1조 750억 달러(약 1560조 원)의 예산을 들여 신규 군함 364척을 건조할 방침이다. 또 미 해군은 군함 유지·보수(MRO) 사업에도 연간 60억~74억 달러(약 8조 8000억~10조 8000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 실제로 미 해군의 올해 MRO사업에서 울산의 HD현대는 2~3척, 거제의 한화오션은 6척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장밋빛’ 조선업계에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중국산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철강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두께 6㎜ 이상의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철강업계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재료비 절감을 위해 중국산 후판을 20%나 사용하는 국내 대형 조선사와 50∼70%를 사용하는 중소 조선업체들로서는 악재이다.
이에 따라 지역 상공계를 대표하는 울산상공회의소는 울산시와 함께 지역의 주력 업종이었던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의 고도화와 첨단화를 꾀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R&D 투자와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활동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개발제한구역(GB)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에 울산지역 사업 3곳을 선정했다. 울산상의는 이번 사업 선정을 미래 신산업 기반 구축을 통한 지역 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조치가 지역산업에 활력이 되는 과감한 규제 혁신이기 때문이다.
내년 초 해제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사업에서 울산은 ▷수소 융·복합밸리 산단(278만 6542㎡ 규모, 9709억 원 투자) ▷이차전지 특화단지인 U밸리 일반산단(318만 3718㎡ 규모, 1조 423억 원 투자) ▷친환경에너지·자동차 특화단지인 성안·약사 일반산단(65만 1765㎡ 규모, 3268억 원 투자) 등 3개 사업이 선정됐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울산은 20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3만 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울산시가 주도한 ‘1인 1주식 갖기운동’에 적극 참여해 지난해 9월 경영권 분쟁 발발로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시도된 지역대표 향토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지켜, 세계 1위 종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지역에 영속하도록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주식갖기 캠페인은 지역의 산업 기반을 시민들과 함께 지켜낸 상징적인 활동이었다”며 “시민 참여로 수소와 이차전지 등 미래산업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이 우리 지역에 영속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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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철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럭스코 정용환 대표이사(맨 왼쪽) 등 울산지역 기업인들과 함께 지난 1월 6일부터 일주일 동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5 행사장의 통합한국관 내 울산관을 찾아 울산지역 기업이 출품한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울산상의 제공] |
울산상공희의소는 또 기업경영 지원을 위한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를 비롯해 지역경제계 네트워킹인 경제포럼과 최고경영자아카데미 운영, 자라나는 청소년과 시민에게 울산경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지역협력사업,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울산지식재산센터 운영, 지역과 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해 지역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울산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운영 등으로 경제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일주일 동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5(Consumer Electronic Show)’에 참가해 세계 기업의 기술 동향을 파악하면서 지역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돕기도 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현재 울산시 중구 혁신도시에 지하 2층·지상 4층·연면적 1만 6000㎡ 규모의 회관을 신축하고 있다. 내년 9월 완공되면 다목적 컨벤션과 교육장, 기업홍보관, 문화관 등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울산경제를 더 크게 도약시키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울산=박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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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울산은 언제나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단합된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며 “울산의 주력 산업들이 친환경과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산상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