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고임금 안정과 임금체계 개편 시급하다


최근 우리 경제는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과 불안정한 정치상황, 글로벌 보호무역 심화로 몹시 어려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어려움이 단기적 요인만이 아닌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에 크게 기인한다는 점이다. 저출생·고령화는 물론 낮은 노동생산성과 높은 인건비, 경직적 노동시장, 부진한 신산업 전환 등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우리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의 지나치게 높은 임금수준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제약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켜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 대기업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2022년 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은 8만7130달러로, 분석대상 22개국 중 5번째로 높았다. 지난 20년간 상승률도 157.7%로 유럽연합(EU, 84.7%), 일본(-6.8%)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경제수준을 고려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임금수준은 더 높아 22개국 중 3위로 최상위권이다. 반면 우리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1위로, 경쟁국인 G7과 비교하면 67%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국가 전체 생산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우리 대기업 임금수준은 글로벌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높은 대기업 임금수준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킨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7.7% 수준으로 EU(65.1%), 일본(73.7%)에 비해 낮다. 20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의 격차가 유독 커진 것인데 그렇다고 우리 중소기업 임금인상률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2002년 대비 2022년 우리 중소기업 임금인상률은 111.4%로 일본(7.0%), EU(56.8%)보다 높았고 임금 수준 역시 분석대상 22개국 중 10위였다.

그럼에도 우리 대기업 임금 인상률(157.6%)이 워낙 높다보니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는 연공형 임금체계와 노조의 강력한 노동운동이 대기업의 높고 일률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격차 확대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높은 대기업 임금수준이 청년들을 대기업 취업에만 몰두하게 만들어 청년층 실업난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중소기업 구인난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 임금 안정 없이는 결코 개선될 수 없다. 아무리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개선해도 대기업이 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이를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에 불과하고, 2040년대에는 1%대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경제 성장동력이 갈수록 약화하는 현 상황에서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 임금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보상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근로자의 몰입과 동기부여를 유도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 또한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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