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SSM, 유동성에 힘 보탤까

식품 중심 매출 늘어나 ‘알짜 매물’ 평가
분할매각 잠정 중단…수익성 확보 기대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나서면서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의 분할 매각 작업도 멈췄다. 일각에서는 ‘알짜 매물’로 평가됐던 SSM 사업부가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한 SSM 사업부 매각에도 제동이 걸렸다. 홈플러스는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는 모건스탠리를 SSM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원매자를 찾아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SSM 매각을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번 회생절차에 따라 자산이 동결되면서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가 적자를 이어가는 와중에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홈플러스는 최근 3개 회계연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는 영업손실 1994억원, 당기순손실 57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매출은 6조9315억원으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직후인 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의 7조9334억원보다 12.6% 줄었다.

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23회계연도 매출이 1조2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8%로 성장했다. 업계 평균 마진율(5%)을 웃돌아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EBITDA는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대형마트 사업이 고전하는 동안 SSM 사업부는 조용한 성장을 이어온 셈이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신청과는 상관없이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영업 채널을 정상적으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08개점이 운영 중이다. 80% 가까이가 직영점이다. 직영점은 가맹점보다 관리가 용이하다. 인력 조정 등을 통한 자금 확보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SSM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도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SM 전체 매출은 약 5조원으로 전년보다 4.6% 커졌다. 이는 같은 기간 대형마트(-0.8%), 백화점(1.4%), 편의점(4.3%)보다 큰 증가폭이다.

상품군별 매출 비중은 농수축산, 신선·조리식품, 가공식품 등 식품이 92.3%에 달한다. 고물가에 편의점보다 저렴하고, 대형마트보다 접근성이 좋은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7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델리·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22% 늘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SSM들은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를 신설하고 배달앱까지 입점하면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지난해 1~7월 퀵커머스 ‘즉시배송’ 매출은 과자·신선식품·유제품이 각각 60%, 59%, 50% 증가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홈플러스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다시 매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말했다. 정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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