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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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보증금을 잃을 우려가 커진 데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대출이자를 내며 목돈의 보증금을 내기보다 월세 부담을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주거시설 28만4454건 중 월세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17만9656건으로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7월 이후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이 통계에는 아파트·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이 포함된다.
월세 비중은 매달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56.8%였던 월세 비중은 11월 58.3%로 오르더니 12월 60.6%를 기록했다. 월세 비중은 올해 1월 59.3%로 하락 전환했으나 1개월 만에 3.9%포인트 오르며 63.2%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집을 빌려 쓰는 사람 10명 중 6명은 매달 집주인에게 현금을 내는 셈이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전국 평균(63.2%)보다 높은 67.1%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56.2%, 인천은 52.4% 나타나 임대차 계약의 절반이 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에서는 전셋집이 더 빠른 속도로 줄며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전(72.4%), 부산(71.4%), 대구(67.3%) 등의 월세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임대차 시장이 월세로 재편되는 이유는 임차인이 전세 보증사고 비중이 높은 빌라와 단독주택 전세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4조4896억원으로 전년(4조3347억 원)보다 3.6%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증사고 규모는 2021년 5790억원, 2022년 1조1726억원에서 2023년부터는 4조원대로 급격히 늘었다.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증가하며 월세 부담도 커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16%였다. 작년 9월(4.09%)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월세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