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공제회’ 만든다…“프리랜서도 퇴직급여”

문체부,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토론회’ 개최
연구팀, 예술인 퇴직급여·적립형 저축공제 등 제안
현장선 재원 마련·실효성에 의문 제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모두미술공간에서 열린 첫 번째 ‘오후 3시의 예술정책 이야기’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정부가 예술인들의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해 ‘예술인 공제회’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공제회 사업으로 예술인 퇴직급여와 적립형 저축공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다만 현장에서는 재원 마련과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돼 실제 설립과 안정적인 운영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서울 중구 모두미술공간에서 첫 번째 ‘오후 3시의 예술정책 이야기’로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재정학회 예술인공제연구팀(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교수 등 6인)이 진행한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공유하고, 예술계 유관 기관과 협회·단체, 현장 예술인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연구 용역은 예술인의 소득 수준과 사회보장 수준을 고려해 예술인에게 특화된 자립적인 복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한 연구다.

연구진은 예술인이 고정적인 수입 없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예술인에 대한 지원 사업이 정부 재원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에 ‘예술인 공제회’를 도입해 수동적·제한적·공급자 중심이었던 기존 복지 제도의 한계점을 개선하고, 생산적·능동적·포괄적·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김용하 교수는 ‘예술인 공제회’를 도입한 후 주요 공제사업(안)으로 ▷예술인 퇴직급여 ▷재해보상 보장 ▷수시·정기 적립형 저축공제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을 제안했다.

예술인 대상별로는 ▷수입이 일정치 않은 자유계약자(프리랜서) 예술인에게는 수입이 발생하는 기간에 공제회원 부담금을 납부 받아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예술인퇴직공제’▷국립·공공기관이나 민간 단체 소속 예술인에게는 예술인 공제회를 통해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문화예술퇴직연금공제’ ▷저소득층 예술인에게는 ‘포괄적 재해보상 보장’이나 ‘생활안정자금 융자’ ▷청년 예술인에게는 ‘청년 예술인 예술활동 적립 계좌’ 공제 사업을 제시했다.

아울러 전체 예술인을 대상으로 매월 혹은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의 일부를 적립하면 만기 시 원리금을 지급하는 ‘유니버설 적립형 저축 공제’를 방안으로 내놨다.

연구에 참여한 서우석 서울시립대 교수와 서정수 RNH컨설팅 금융아카데미 원장은 각각 예술인 공제회 재원 조달 방안, 예술인 퇴직급여 공제 도입·운영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공제회 설립은 이달까지 초기 기획 및 연구 후 올해 까지 법·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2026년 운영 시스템 구축과 파일럿 공제 프로그램 운영을 거쳐 2027년부터 공제회를 본격 운영한다는 로드맵이다.

이어 박정의 서울연극협회 회장과 이헌재 공연프로듀스협회 회장, 강동휘 국립예술단체 노조지부장이 예술계 협회·단체를 대표해 ‘예술인 공제회’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정의 회장은 “원칙적으로는 필요하겠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이 분명히 있다. 제일 큰 게 기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라며 “발표 내용을 들어보면 뾰족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헌재 회장은 “문화예술 사업주는 프리랜서가 주 구성원이다. 예술 기업이 부담금을 내는 것 자체가 현장에선 그렇게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부분 기업이 영세하다. 책임은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동휘 지부장은 “공제회 자체는 좋다. 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 등 각 단체별로 퇴직금 통장을 관리하지만 마음대로 빼고 쓸 수 있다보니 예산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문제가 있었다”며 “다만 프리랜서를 더 지원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가면 국공립단체가 다른 예술인보다 돈을 더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종합토론에서 모든 참석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예술인 공제회는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에서 나아가 예술인이 중심이 돼 자립적인 복지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새로운 도전”이라며 “정말 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큰 그림보다도 프리랜서로 일하는 예술가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자는 의미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는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직업적 권리를 보장해 마음껏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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