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3월 복귀” 조건부 동결 방침 세워
의료계 “백지화 안하면 안 돌아가” 코웃음
정부 일각에서도 “의료개혁 후퇴” 비판도
![]()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비공개 회의를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교육부는 7일 의대생들의 이달 말 복귀를 전제로 2026년도 정원을 3058명으로 발표할 전망이다. 정부 내에서 ‘동결 선언은 의료개혁 후퇴’라는 점을 두고 갈등이 극심했지만, 의대 교육이 사실상 2년 간 멈추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원 동결’ 선언으로 학교와 병원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와 복지부의 ‘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복귀 요구에 코웃음치고 있다. 사실상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뚜렷한 움직임이 없기에 의정갈등 해소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총장·학장과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열고 내년도 모집 정원에 관한 입장과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공개한다. 이날 브리핑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양오봉·이해우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 협의회’(이하 의총협) 공동회장,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이사장이 참여한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정부는 의대 증원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자율권’을 언급하면서 대학 측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형식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의대 교육이 미뤄져서는 안된다’라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들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의료개혁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의료개혁 후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각 대학이 사실상 정원 이전인 3058명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비공개 회의를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 |
전날 이 부총리는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당정 협의를 열고 이같은 안을 협의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정 협의를 마친 이후 “2026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은 3058명으로 조정하자는 의총협의 건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도 정상화 되지 않은 의대 교육을 되돌리기 위해 당정이 힘을 보탠 것이다.
당정 협의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 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비공개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 측은 정부의 의대 증원 취지가 훼손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는 이 부총리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조 장관과 장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심판 선고 이후에 하는 게 맞다며 이 부총리 의견에 강하게 반대했으나, 최 대행은 이 부총리에 이어 권 원내대표까지 같은 제안을 하자 이를 수용했다.
다만 정부 안에는 ‘3월 안으로 의대생이 복귀해야 한다’라는 조건이 달렸다는 점이 변수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모집 인원은 다시 2000명 증원분이 반영된 5058명으로 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유급이나 제적 등 학사 관리 원칙도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다. 의총협이 제안한 건의문에도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아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2025학년도 총 정원인 5058명으로 확정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 |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의대정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리자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의 결정에 공감한다며 정부 내에서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 |
이를 두고 의료계와 의대생 사이에서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한 24학번 의대생 A씨는 “동결된다고 돌아가면 작년에 돌아갔다”라며 “의대 증원 백지화와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선언하지 않으면 아무도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의사·의대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도 “돌아갈 이유가 없다”, “정부의 눈가리고 아웅”, “그렇게 협박만 하면 누가 돌아가느냐” 등의 비판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의료계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 B씨는 “의대 정원을 되돌린다고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는 생각 자체가 정부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은 정책 백지화 외에는 없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올해 여름까지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도 의료개혁 후퇴를 선언하면 다시는 의료개혁에 나설 수 없다’는 의견이다. 복지부 내에서는 교육부가 주도한 이러한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힘겹게 1년을 버텨왔는데, 이제와서 다 백지화 하면 지금까지 버틴 우리들은 무엇이 되느냐”라며 “이번에 조금이라도 의료개혁을 진행하지 못하면 아무런 개혁도 할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날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의대 교육과정 운영모델’도 발표한다. 운영모델에는 24학번이 25학번보다 한 학기 먼저 졸업하는 방안, 2개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12월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대학 지원 참고표를 보고 있다. [연합] |
한편, 올해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3 수험생과 고2 학생들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을 발표한지 1년 만에 숫자가 또 한번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7년도 증원 역시 결정된 것이 없기에 피해는 고스란히 고3, 고2 학생들이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3 학생들은 또다시 의대 모집 정원이 바뀌게 돼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통합 수능의 마지막 대상 학년인 고교 2학년 학생들도 미확정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