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사업장, 수출 비중 전체 약 90%
국내 기지, 사실상 수출 전용 공장
2월 내수 판매 5개사 유일 2000대 못미처
업계 일각 “관세 이슈 해법 없으면, ‘철수설 꼬리표’ 못뗄 것”
![]() |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 전경 [연합]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 철수설이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에 최고경영진이 정부와 비공개 면담까지 나섰지만, 수출 쏠림 현상이 여전한 데다 내수 진작을 주도할 신차 출시 계획도 마땅히 없어 한국 시장에서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은 여전하다.
7일 정부와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전날 방한 중인 GM 본사 부사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면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대응 방향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면담은 GM 부사장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5개사(외국계 포함) 가운데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GM 한국사업장은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예고로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 철수설에 불을 지핀 것 역시 고질적인 ‘수출 쏠림 현상’이다. 실제 GM 한국사업장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49만9559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 가운데 수출은 47만4735대로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달 GM 한국사업장은 전년 동월 대비 29.5% 늘어난 3만9655대를 팔았다. 이 가운데 수출은 전체의 96% 수준인 3만8173대를 기록했다.
현재 회사가 운영 중인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이 사실상 수출 기지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가가 현실화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GM 본사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29일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 |
헥터 비자레알(왼쪽) GM 한국사업장 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신촌 쉐보레 대리점을 찾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GM 한국사업장 제공] |
GM 한국사업장 최고 경영진이 영업 일선을 찾아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철수설을 진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쉐보레 신촌 대리점을 방문해 카매니저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판매 향상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헥터 사장은 “올해 판매 성장을 목표로 쉐보레와 캐딜락, GMC 등 GM 글로벌 브랜드의 세계적 수준의 프리미엄 차량을 국내 고객에게 제공하고, 우수한 품질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에서의 판매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강인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수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중형급 SUV(스포츠유티릴티차량), 하이브리드 모델 등 경쟁력을 갖춘 신차 출시 없이 내수 시장에서 반등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회사가 받아든 판매실적 역시 이 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지난해 GM 한국사업장은 내수 시장에서 2만4824대를 판매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 단일 차종 판매량(5만689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달 상황도 마찬가지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모두 1482대를 팔았다. 전체 판매 차종 가운데 월판매 1000대를 넘긴 모델은 트랙스 크로스오버(1120대) 1종 뿐이고, 302대가 팔린 트레일블레이저를 지외한 나머지 모델은 30대를 넘기지 못했다.
국내 중견 3사(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 GM 한국사업장) 가운데 내수 기준 월판매 2000대를 넘기지 못한 곳은 GM 한국사업장이 유일하다.
![]() |
GM 한국사업장 내수/수출 판매 실적 표 [자료=GM 한국사업장 제공] |
일각에서는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 오히려 GM이 한국시장 철수를 추진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GM은 앞서 지난 2018년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 사업장 철수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공적자금 8100억원을 투입, 긴급 수혈에 나서면서 ‘철수’가 아닌 10년간 한국 사업장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사업장을 축소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GM 한국사업장의 직원 수는 약 1만1000여 명, 1차 협력사 수는 276곳에 달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GM 한국사업장은 8년 전부터 4년 단위로 정부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더욱이 내수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관세 이슈 대응책으로 내수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가능성도 있어 단순히 신차를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반등을 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세 이슈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대규모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 쇠퇴 등 생산 법인 철수에 따른 후폭풍을 고려할 때 그간 (GM에서) 한국 철수를 쉽사라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미국 정부가 25% 달하는 자동차 관세를 부과한다면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GM 한국사업장으로서는 이 같은 조치가 곧 공장 철수에 대한 명분이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