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행사 속 배송중단 가전 판매대 ‘썰렁’
직원 “불안감 커져…폐점·구조조정 우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매장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정상 영업을 이어갔다. 많은 고객이 할인 기간에 맞춰 평소처럼 매장을 찾았지만, 분위기는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았다. 내부 직원들은 우려스러운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6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홈플러스 월드컵점. 퇴근길 마트를 찾은 손님부터 함께 장을 보러 온 가족까지 매장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한창 할인행사가 진행 중인 만큼 대형 카트를 끌고 다니며 물건을 담는 이들이 많았다.
곳곳에는 ‘1+1’, ‘2+1’ 배너가 붙어있었다. 50% 할인 등 할인 안내판도 주요 품목 판매대 앞에 세워졌다. 특히 할인율이 높은 정육·수산·과일 코너에는 발걸음을 멈추고 물건을 둘러보는 고객이 많았다.
매장을 찾은 고객은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50대 주부 김아름 씨는 “홈플러스는 할인행사를 많이하고, 물건도 다양해 자주 찾던 곳”이라며 “뉴스를 보며 놀랐고, 동네 마트가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이정한 씨는 “홈플러스처럼 큰 마트가 위기라고 하니 충격적이었다”면서 “일부 상품의 납품이 중단된다고 들었는데, 매장 재고는 문제가 없어보여 다행”이라고 했다.
매장 곳곳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재고를 채웠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라면은 브랜드에 따라 공급이 중단된 제품도 있다”며 “지금 정리 중인 제조사 제품은 기존 물량보다 30% 적게 들어온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농심, 롯데칠성음료 등 일부 기업은 홈플러스에 납품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발생한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처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현재 납품 물량을 축소하거나 추가로 중단을 검토하는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내 바쁘게 움직이는 홈플러스 직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매장 직원은 “회사에서는 이슈에 휩쓸리지 말라고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도 “폐점이나 구조조정 등 후속 조치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스럽고 불안하다”고 했다.
분위기가 가장 침체된 곳은 2층 가전 판매대였다. 현재 업체에서 직접 배송이 이뤄지는 형태의 대형 가전은 전부 구매할 수 없는 상태였다. 현재 대형 가전의 배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한 삼성전자, LG전자는 기존 구매 고객의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월드컵점은 지난달 15일부터 8일까지 ‘새 단장 1주년 기념 가전 세일‘ 진행하고 있었지만, 다른 마트와 비교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홈플러스 상품권을 소진하기 위한 발걸음도 이어졌다. 앞서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들은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상품권 사용을 막았다. 상품권은 상거래채권으로 정상적으로 거래된다. 다만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감지됐다. 일부 고객은 환불 여부를 문의하기도 했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티메프 사태가 떠올라 빨리 소진해야겠다고 생각해 매장을 찾았다”면서 “홈플러스에서는 상품권을 쓸 수 있지만, 납품도 중단되는 상황에서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많다”고 걱정했다.
홈플러스에 들어온 임대 매장을 비롯해 각종 입점 매장들도 평소보다 한적했다. 입점 매장 직원들은 고객에게 “홈플러스 안에 있으니 상품권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면서 안심을 시키고 있었다. 한 임대매장 운영자는 “임대매장은 전에도 홈플러스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다만 평소보다 사람이 줄어든 것 같아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새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