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개 점포서 이미 ‘매각 후 재임차’ 추진
재임대로 매장수·매출 유지해야 엑시트 유리
부동산 경기 변수…“사업자 찾기 힘든 상황”
![]() |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향후 자금 조달을 위해 점포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진행 중인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차)’이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금 확보는 물론, 적정 점포망 유지와 잠재 인수자 유치 등을 위해 필요한 전략이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행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서울 신내, 부산 가야·연산·해운대·반여, 광주 계림, 대구 내당, 부천 소사, 순천 풍덕 등 9개 점포의 세일앤드리스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점포는 폐점 후 해당 부지에 부동산 개발이 완료되면 임차 형태로 입점한다.
세일앤드리스백은 건물을 매각한 뒤 임차해 다시 사용하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점포 부지를 매각하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 또는 상가가 개발되면 그 건물에 들어가 일부 층을 사용하는 방식을 써왔다. 앞서 홈플러스는 2020년 3월 시화점과 울산점, 구미광평점에 대해 세일앤드리스백을 진행한 바 있다.
2조원 규모의 금융채무 상환을 위해 자금 조달이 급한 홈플러스는 세일앤드리스백을 추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점포 매각을 통해 당장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점포 수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피인수 기업 매각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사모펀드(PEF)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잠재 인수자를 찾을 때도 점포를 아예 매각해 몸집을 줄여놓는 것보다 재임차를 통해 적정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현재 대형마트 3사 매장 수는 이마트가 131개, 홈플러스 126개, 롯데마트 104개 순이다. 지난해 대형마트 총매출 순위도 매장 수와 비례한다. 이마트가 11조7000억원(할인점 부문 기준)으로 가장 많고, 롯데마트는 4조7000억원(국내마트 기준)이다. 홈플러스는 아직 연간 실적 공시 전이지만, 작년 3~11월 5조5000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가면 홈플러스는 급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매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반발을 줄일 수 있다”며 “MBK는 이미 어떤 점포가 적합할 지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부동산 경기다. 홈플러스가 4조7000억원(감정가액)의 소유 부동산 중 세일앤드리스백을 할 만한 점포를 추려내 유동화에 나서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이를 받아낼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이 2020년 소유권을 확보한 홈플러스 평촌점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해당 지점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는 운용기간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을 해서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올려도 분양이 되지 않으면 허사”라며 “지금 부동산 경기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개발업체들이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