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식품업계 “납품 재개 협상”…티메프와 다른 이유? [세모금]

업계, 대금 미지급 우려에 선제 조치 나서
대형마트 직매입 구조…매출 의존도 높아
홈플러스, 현금 잔고 3090억원…지급 재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식품업계가 잇달아 납품을 중단하고 나섰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직매입 구조상 대금 미정산 여파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등 주요 식품업체가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대금 미지급을 우려해 선제 조치 차원으로 우선 납품을 중단한 상태”라며 “향후 홈플러스와 협의해 제품 출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월까지 홈플러스와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면서 “아직 3월 결재일은 오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절차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납품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업계의 빠른 대응은 티메프 사태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해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는 총 4만8124개로 파악됐다. 피해금액은 1조2790억원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디지털·가전, 상품권, 식품, 생활·문화, 패션·잡화, 여행 순으로 미정산 금액이 많았다.

대형마트는 식품 판매 비중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대형마트 상품군별 매출 비중에서 식품은 71.9%를 차지했다. 농심,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식품기업의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40%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대형마트는 티메프와 달리 대부분 물품을 직매입하기 때문에 식품업체에는 미지급 사태가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직매입한 유통 판매 채널의 정산 기한은 매입일 기준 최대 60일 이내다. 일각에서는 식품기업이 한 분기의 절반 이상을 결제 없이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홈플러스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정산받은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인만큼 법원의 승인을 거쳐야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식품업계는 여전히 납품 재개 여부를 두고 홈플러스와 협상 중이다. 업체들은 홈플러스에 담보 설정, 선결제 등 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재고가 소진된 제품의 판매대는 비거나 다른 상품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의 경우 홈플러스와 협의 끝에 이날 오후부터 납품을 재개하기로 했다. 홈플러스가 전날부터 일반 상거래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하면서 대금 지연 우려가 해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현금과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면 미지급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날 기준 홈플러스 가용 현금잔고는 309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한 달간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현금유입액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자산은 4조7000억원 규모다.

기업회생 절차상 협력업체와 일반적인 상거래채무는 전액 변제 대상이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에 이뤄지는 모든 상거래도 정상적으로 지급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반 상거래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했으며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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