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 제한을 통한 의결권 제한 ‘잘못’
집중투표제는 ‘효력유지’ 결정 나와
이달말 정기주총, 이사회 구성싸움 ‘재점화’ 유력
최윤범 백기사, MBK 부실경영 등 이슈는 추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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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우·박지영 기자]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 일부 인용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의 경영권 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경영권의 향방은 이달 말 열릴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를 통해서 결정된다.
7일 비철금속업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가 내린 ‘일부 인용 결정’ 결정에서 중점 사항은 ▷‘상호주 제한’을 써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고려아연의 결정을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과 ▷고려아연 측이 강하게 주장해온 ‘집중투표제’의 효력은 유지할 수 있도록 조처를 내린 것 두 가지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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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임세준 기자] |
우선 상호주 제한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결정이 나오면서 고려아연은 1월 23일 임시주총에서 통과시킨 이사 수 상한 설정(1-2호), 액면분할(1-4호),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1-6호), 배당기준일 변경(1-7호), 분기배당 도입(1-8호) 안건은 모두 효력을 잃게 됐다.
또한 향후 있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 측의 의결권도 부활하게 된다.
법원이 고려아연이 지난 1월 23일 임시주총 하루전날 손자회사인 SMC(선메탈코퍼레이션)을 활용해 영풍의 지분 약 10.3%를 취득하면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게 형성한 순환출자고리로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상법 제369조에 따르면 A사(자회사, 손자회사 등 포함)가 B사의 주식을 10% 이상 초과할 경우, B사가 A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원은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에 해당하기에 상호주 제한 규정을 받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호주 제한은) 관련 회사가 모두 ‘주식회사’에 해당해야 적용될 수 있다”면서 “SMC는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가 아니고, 유한회사의 성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달말 있을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영풍, MBK와 최 회장 측이 순환출자고리 형성 전과 같은 조건에서 다시 격돌하게 된다. 지난해 말 고려아연의 의결권 주식 기준으로 영풍·MBK 연합 지분율은 46.72%다. 고려아연(19.95%)과 우호 지분(19.21%)을 합하면 약 39.16%로 집계된다. 최 회장 측이 약 7%p 정도 영풍과 MBK 측에 밀려 있는 형국이다.
영풍·MBK는 이날 법원 결정이 난 뒤 입장문을 내고 “법원은 자본시장과 고려아연의 주주들을 우롱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 철퇴를 내린 것”이라며 “법질서를 무시하고 자기 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면 불법과 탈법을 가리지 않는 최윤범 회장과 관련 인물 모두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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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그럼에도 영풍과 MBK 측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법원의 이번 일부 인용 결정에서 두 번째 중점 사항인 ‘집중투표제 효력 유지’가 주총에서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란 주식 1주마다 이사 후보 수만큼의 의결권을 제공하면서, 이사 후보 1명 또는 특정 몇 명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인 셈이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주주가 가진 투표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분산해서 행사할 수 있다. 이사는 최다 득표자 순서에 따라 선출된다. 주식 1주를 들고 있는 주주는 21개의 의결권을 본인이 지지하는 이사 후보들에게 자유롭게 분배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임시주총 전 고려아연의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장형진 영풍 고문) 1명의 ‘11대 1’ 구조였다. 여기에 영풍과 MBK 측은 앞선 임시주총에서 14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면서 이사회 과반 획득을 구상해 왔다.
집중투표제가 없을 경우 현재 지분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쥔 영풍과 MBK 측은 ‘승자승’ 원리에 따라 표차이를 활용해 원했던 이사 전원을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경우에는 현재 보유한 지분만큼의 투표권을 일부 후보에 분산해서 행사해야만 한다. 사실상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의 이사회 과반 확보는 힘들어진 것이다. 결국에 영풍과 MBK 측은 이사진 일부를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시키면서 향후 주총을 통해 투쟁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집중투표제 효력을 인정한 이유는 해당안건이 임시 주총에서 높은 찬성률을 얻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은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의 주식 의결권 문제와 관계없이 통과됐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았다 해도 찬성률이 양 69.3%에 달해 특별결의 요건이 충족된다”며 “주식 의결권 제한 여부가 무관하게 임시 주총에서 가결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풍·MBK는 임기만료가 만료되는 이사 5명과 신규 이사 12명 등 총 1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이미 제출해둔 상태다. 영풍·MBK 연합 관계자는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정기주주총회 통해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가 바로 세워지고 주주가치와 기업가치가 회복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한 관계자는 “집중투표제가 통과됐고, 이를 통해 이사회를 꾸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만큼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이번 법원의 결정이 고려아연에 크게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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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공동취재단] |
영풍·MBK는 7일 고려아연 지분 전량(25.4%)을 신설 유한회사인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최 회장 측이 지난번 임시주총에서 활용해온 상호주 제한 카드는 무력화된다.
현재는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에서,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신설유한회사에 넘길 경우 ‘고려아연-SMC-영풍’ 고리를 남기면서도 유한회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상황은 원점이다.
향후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는 최 회장 측이 확보를 자신했던 ‘백기사’의 표심과 그외 지분투자자들의 결정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앞선 임시주총에서도 고려아연 지분 5.05%를 확보한 현대차, 1.2%의 지분을 가진 한화, 1.89%를 가진 LG화학은 뚜렷한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임시주총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이 표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고려아연이 이사회 구성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이사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4.51%)을 포함한 각 기관투자자의 관심도 관전포인트다. 국민연금은 앞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 의사를 내비춘 바 있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보여온 일관된 태도의 일환이었다. 국민연금은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라는 판단에서지난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관련 안건에는 모두 찬성표를 던져왔다. 집중투표제 도입에서는 각각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나뉘었던 각 기관투자자도 현재 바뀐 지형도 안 이사회 구성에서는 어떤 표심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MBK의 ‘부실 경영’ 논란이다. MBK가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의 금액을 들여 사들인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지난 3년간 1000억~2000억원대의 꾸준한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후 대금 지연 가능성을 우려한 제조사들이 홈플러스에 잠시 납품을 중단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홈플러스의 경영부실 논란이 점화된 상황에서 이사선임에 나설 투자자들의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최 회장이 이끈 고려아연은 경영측면에서는 꾸준히 우수한 실적을 내 왔다. 본업인 제련업 분야에서의 효율적 투자로 인한 결과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별도 기준 연 매출액은 8조890억원으로 전년보다 10.9% 늘었다. 영업이익도 8181억원을 거두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연간 영업이익률 10.1%로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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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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