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국익 위한 효과적 ‘밀당’ 수단

갈팡질팡 하지만 일관된 목표는 ‘국익’
‘매드맨 전략’에 시달리다 말려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소재 미 연방 의회에서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 앞서 주먹을 쥐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늘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명령하고, 내일 관세 유예를 발표한다. 자동차 관세 부과를 명해놓고 또 다음날 1개월 적용 면제를 거론한다. 이 와중에 철강 관세는 유지하기로 한다.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강대국 최고 권력자의 행보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즉흥적이다. 과거에는 도저히 예측하기 어려웠던 미국 대통령의 ‘내맘대로’ 행보에 전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이 구역에서 가장 미친 사람은 나’라는 식의 미치광이 전략이 세계를 떨게 만들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라. 상대에게 공포를 주입하라.”

정치·외교 분야의 극단적 협상 기술 중 하나인 ‘미치광이 전략’의 원칙이다.

자신을 미치광이처럼 보이도록 해 상대방을 두려움에 빠지도록 하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것이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미치광이 전략’ 행보는 실제로 예측을 뛰어넘는 결정을 깜짝 발표하거나 예상치 못한 수준의 위협으로 상대국을 위축시키며 전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도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집권 2기에서는 그 범위와 강도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전날부터 두 나라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붙이고 있는데, 자동차에 대해선 이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겠단 것이다.

이는 해당 관세에 대한 협상은 더 이상 없다고 한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6일에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한 25% 관세를 한 달 연기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을 받는 면세 물품에 대해 한 달간 관세를 유예한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캐나다 등이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바로 트럼프의 한 마디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나라에 대한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한 달이 지나자 이제 ‘유예’는 없다고 했다가 또 유예했다.

[AFP]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관세뿐 아니라 오는 4월 2일 상호 관세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상대 관세를 4월 2일까지 유예한다. 이어 4월 2일 발효하는 상호 관세에 포함시킨다는 구상이다.

결국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큰 구상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강한 반발이 있거나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 그 즉시 관세 유예 카드를 뽑아드는 식이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면서 밀고 당기기를 위해 ‘매드맨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국익을 향한 ‘밀당’ 전략에 휘둘린 전 세계는 점차 트럼프의 구상으로 시나브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관세와 관련해 공격적인 위협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유예 조치들을 했다며 “그로 인해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무엇을 달성하려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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