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카드 쥔 김정은…‘폭풍전야’ 북미 [몰아친 트럼프 2기, 한반도 격랑]

한미연합연습 앞두고 북한 김여정 ‘비판 담화’ 발표
북러·북미 밀착 가능성…한미·한미일 공조도 유지
“동맹 재정립해야”…다만 ‘미국 이익 강조된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한국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북한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위협성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내주 한미 연합연습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이 ‘핵 카드’를 쥐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첫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대미 메시지 빈번한 북한…‘몸값 올리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미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의 부산 입항에 대해 “전략적 수준의 위혁(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심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모한 과시성, 시위성 망동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행동을 동반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의 무한대한 강화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 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는 지난해 11월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 계기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오는 발언이나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고 있다. 특히 김 부부장의 담화는 통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평가되는데, 그동안 나온 외무성·국방성 담화와 비교하면 발언 주체의 급을 높여 본격적인 ‘몸값 올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2019년(북미회담)과 차이가 있는 것은 지금 북한이 ‘과연 미국과 협상할 가치가 있는가’라고 보는지 여부”라면서 “그때는 모두 단절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배짱을 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아온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팽팽한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북한이 수싸움을 마치고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의 설 자리가 만만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측). [AFP]


‘미러 밀착 기류’에 ‘한미 동맹 강화’ 과제


최근 미국이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저한 자국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와 손을 잡고 이를 활용해 북한과도 접촉면을 넓힌다면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효용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건은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미국 방문길에 오른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과 관련해 미측과 협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북문제도 다 논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신 실장은 “대북정책이나 접촉이나 모든 것을 망라해서 한미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접촉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신 실장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미측 카운터파트와 만나는 세 번째 장관급 인사다.

북미 간 탐색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김 위원장과 만날 의지를 밝히며 손을 내밀고 있지만, 우위를 점한 채 대화에 나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상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 등 카드를 먼저 꺼내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당장 북한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기회의 장이 계속 간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한국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핵·미사일 문제나 김 위원장과의 관계 등 북한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관세 등 경제 현안을 두루 다룬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아직 북핵문제를 살펴볼 여유가 부족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이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한미일 공조를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한미일 공조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는 미측이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에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지난 6~8개월간의 한국 정치 상황을 보면, 한미일 3국 협력이 계속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냈고, 2기에서도 실질적인 국방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콜비 지명자는 이전에도 동아시아 안보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언급하면서 전술핵 재배치 등 전략적 협력을 위한 추가 조치를 검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또 한미동맹을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기존 주한미군의 경우 주 목적이 북한 위협 대비인데 그것은 이미 확실히 진행됐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장된 역할을 하고 북한에 대한 핵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이 책임지고 방어하는 형태가 구축돼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방침 영향으로 한미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협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이익이 좀 더 강조된 협력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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