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용 캡사이신 분사기 장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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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 [경찰청 제공]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당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일에 현장 분위기가 격화하며 사망자까지 나왔던 터라 경찰은 사고 ‘제로’를 목표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탄핵 반대 지지자들의 시위가 거세질 조짐을 보여 경찰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경찰은 비상근무태세 중 가장 높은 갑호비상을 발령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과 경찰서는 물론 지구대, 파출소 경찰력을 총동원한다. 당일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법원 난입이나 폭력 사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경찰은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17년 3월 이후 실전에서 사용한 일이 없던 최루액(캡사이신)을 준비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 상황에 맞춰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쓰겠단 방침을 세웠다.
최근 경찰 기동대는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 ▷소형 ▷중형 ▷등짐형 등 장비 3종의 작용 여부 등을 점검했다. 최루액을 새로 채워 넣는 작업도 벌였다. 지난해 7월 약 2000만원 상당의 캡사이신 희석액을 구매했는데 이 비축분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 당일 기동대는 이 장비를 지참한다.
지난 4일에는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필요하다면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삼단봉이나 캡사이신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적극적인 대응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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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열린 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캡사이신을 분사하는 모습. [연합] |
그러나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깊은 한숨도 나온다. 캡사이신까지 동원하지만 만일의 난동 사태에 대한 대응력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내 경비 업무에 정통한 한 경찰 관계자는 캡사이신을 동원해도 완전한 대응력이 갖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경찰이 구매한 캡사이신은 1000ml 기준 알코올(에탄올 95% 이상) 15%와 물을 희석해 캡사이신 농도 0.0045%에 맞춘 희석액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현재 경찰이 사용하는 캡사이신의 기준 농도가 낮아서 제압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캡사이신 농도에 대해 “고춧가루 섞은 물 생각하면 쉽다”며 “쉽게 말하면 시판용 호신 캡사이신의 10분의 1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살수차 운용을 못하게 되며 집회 시위 현장에서 불법 폭력 시위대를 제압할 장비가 사실상 없다”며 “3단봉은 현실적으로 사용이 쉽지 않을 것이고, 현재 운용하는 이격용 분사기는 큰 의미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이 운용하는 이격용 분사기는 총 3종뿐이다. 현재는 살수차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캔 음료 크기의 80cc 소형 분사기는 7m 범위 내에서 12초 동안 분사 가능하다. 500ml 페트병 크기의 200cc 중형 분사는 7m 거리 내에서 30초 동안 분사할 수 있다. 가장 대응력이 높은 3.5리터 등짐형 분사기의 경우 10m 거리에서 3분 간 분사할 수 있다.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는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마지막으로 사용됐다. 이후 민주노총 노조원 2만여명이 집결한 2023년 5월 총력투쟁에도 사용이 검토됐지만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경찰청 8개 기동단 80개 중대(5000여명)는 총 3780개의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 장비를 확보해 대응력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