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좀 깎아주세요” 불경기로 보험사에 요구한 금리인하 신청 5만건 돌파 [머니뭐니]

생보·손보 신청 합산 5만3931건···공시 시작 이후 2.7배 ‘껑충’
안내 강화+차주 금리 부담 늘어난 영향··· 계약대출 잔액 ‘최고’
수용률은 감소···“경기 침체 속 유의미한 차주 신용 변화 적어”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금리인하 요구 신청은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지난해 실제 인하가 승인된 비율(수용률)은 줄었다. [게티이미지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지난해 하반기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5만건을 돌파했다. 관련 공시가 시작된 2022년 이후 2년 만에 2.7배 증가한 수치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홍보 효과도 작용했지만, 불경기 속 금리 부담을 느끼는 대출자들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9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보험사(생명보험회사·손해보험회사 포함)의 금리인하요구권은 총 5만3931건이 접수됐다. 이는 전년(4만6277건) 대비로 16.5% 늘어난 것은 물론, 금리인하요구권 공시가 시작된 지난 2022년부터 보면 같은 해 하반기(1만7850건)보다 166%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 금리인하 요구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의 금리인하 요구 접수 건수는 생보사 전체(5만961건)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2만2783건에 달했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으로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 건수는 4만4932건으로, 보험사로 접수된 전체 금리인하 요구 신청 건수의 83.3%를 차지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비자(차주)가 ▷취직·승진 ▷소득·자산 증가 ▷신용평점 상승 등 개인 신용 상태가 나아졌을 때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사는 요청받은 뒤 1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안내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 시 과징금·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하반기 보험사의 금리인하요구권 평균 수용률은 55.7%로 나타났다. 금리인하를 요구한 2건 중 1건이 받아들여졌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증가한 것은 차주들의 금리 부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금융사의 안내가 강화될수록 증가하는 경향도 있지만, 보험사 대출은 통상 급전 성격이 강하고 저신용 차주가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불어나는 이자를 부담스러워하는 차주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7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인 지난 2023년 71조5041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보험계약대출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자금 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 찾는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금리도 지난해 10월 저점을 찍고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보험사의 신용대출(무증빙형) 금리는 최근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대출은 급전·불황형 대출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 침체 속 금리 부담을 줄이려는 신청자가 많아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요구는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실제 인하가 승인된 비율(수용률)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생보사의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은 56.3%를 기록해, 1년 전(68.9%) 대비 12.6%포인트(p) 급락했다. 수용 건수가 많은 삼성생명(50.25%)과 교보생명(58.93%)에서 각각 24%포인트, 14.4%포인트씩 떨어진 영향이 컸다. 손보사 역시 46.4%에서 45.3%로 1.1%포인트 줄었다. 손보사의 수용률은 지난 2022년 공시 이래 2년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보험사들은 경기 침체 속에 차주들의 신용 개선 폭이 크지 않아, 실제 금리인하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향후 경기 둔화와 함께 보험사 대출 이용 차주가 늘어도,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이 높아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신청이 늘어도 실제 금리인하 요구가 승인될 만큼 신용도가 개선되거나, 소득이 늘어난 차주의 사례가 많지 않았다”면서 “특히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현업 부서에서 관련 안내를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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