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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16 시리즈.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통신 요금은 월 2만원, 단말기 할부금은 월 15만원?”
#. 대학원생 박모 씨는 최근 3년 된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해 여러가지 옵션을 놓고 고민하다가 자괴감에 빠졌다.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해, 한 달 통신비로 2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구매할 경우 매월 10만원이 훌쩍 넘는 할부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한 푼이라도 돈을 아껴보려고 알뜰폰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어지간한 단말기 값이 100만원을 웃돌아 12개월 할부를 해도 부담이 작지 않다”며 “새 플래그십 제품을 살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단말기 가격 부담이 통신비 부담을 넘어섰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가격이 해마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다. 국내 스마트폰의 ASP(평균판매단가)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서민 가계 부담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통신요금은 1만원대 요금제까지 등장하는 등 다변화하며,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간 괴리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5일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14세 이상 휴대폰 이용자 3만3242명을 대상으로 통신요금 인식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휴대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통신요금보다 스마트폰 구입 비용이 더 큰 부담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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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
전체 응답자의 57%가 전체 통신 관련 요금을 비교했을 때 ‘단말기 구입 가격이 더 비싸다’고 생각했다. ‘통신비가 더 비싸다’는 응답은 43%로, 단말기라는 응답보다 13%포인트 낮았다.
특히 통신요금이 저렴할수록 단말기 가격에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뜰폰 이용자는 65% 단말기 가격이 더 부담이라고 답한 반면, 이동통신 3사 이용자는 55%가 단말기 구매 가격을 부담으로 꼽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알뜰폰 요금제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알뜰폰 요금제가 중장년만 사용하는 요금제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몇년 새 요금제를 절약하려는 2030이 알뜰폰 시장에 합류하며 ‘요금제는 저렴하게, 단말기는 비싸게’라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실제로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하반기 평균 30만원에 불과했던 알뜰폰 가입자의 단말기 실구입가는 2021년 하반기 83만원으로 2.8배 가량 올랐다. 같은 해 알뜰폰 가입자의 단말기 실구매가도 통신3사 이용자의 평균 구매가(75만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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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 상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박지영 기자] |
컨슈머인사이트는 “2019년 하반기에는 알뜰폰 가입자의 63%가 40~50대였으나 2021년 하반기에는 10~30대의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40~50대보다 더 커졌다”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알뜰폰이 요금을 절약해 최고급 폰을 구입하는 합리적 소비전략으로 자리잡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단말기 가격도 요금제와 단말기 가격의 격차를 심화 시키는 요인이다. 국내 스마트폰의 ASP는 전 세계 시장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한국의 ASP는 90만원대(공시 지원금 제외)에 달한다. 전 세계 평균 가격(37만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알뜰폰은 물론 이동통신 3사 요금제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해마다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1만원대에 불과한 5G 알뜰폰 요금제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