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시설 폭격에 밤새 수 십명 사망
우크라 신음에…트럼프 친러행보 비판 확산
트럼프 “누구든 그렇게 할 것” 푸틴 두둔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은 사이 러시아의 공세가 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밤 사이 민간인 시설을 위주로 폭격을 감행하다 보니 우크라이나 민간의 피해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에 취임 이후 친러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유발한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가 감행한 공격에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7일 밤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에서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두 발이 떨어지면서 주택 8채와 쇼핑센터가 파괴됐다. 긴급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러시아는 구조대를 겨냥해서도 공격을 퍼부어 인명 구조가 쉽지 않았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11명이 숨지고, 어린이 6명을 포함해 40여명이 부상 당했다. 마을 중심부는 폐허가 됐다.
다음 날인 8일에는 하르키우에 드론 공습이 이어지면서 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 당했고,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최근 일주일 새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균열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충돌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끊고 있는 상황을 악용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이후 무기와 정보지원을 끊었고 상업용 위성사진 접근도 차단했다. 우크라이나의 방어 전선은 그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미국의 조치가 러시아의 공세 강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친(親) 러시아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 중단을 전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가 누구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그 위치에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 몇 시간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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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유럽 정상들의 비공식 정상 회의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 |
유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더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수 없다는 목소리 마저 나온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밤이 또 하루 지나갔다”며 “누군가 야만인의 요구를 들어주며 달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행위가 러시아의 공격에 빌미가 됐다고 지적한 셈이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민간인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사국 지도자인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런 공격이 러시아의 목표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