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의결권 부활·홈플 사태가 핵심 변수
영풍 ‘순환출자 고리 끊기’에 최윤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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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간의 치열한 다툼이 3월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본격화할 전망이다.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최 회장이 지난 1월 임시 주총 직전에 순환출자 고리를 전격적으로 형성해 최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았지만, 법원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해 이달 말 정기 주총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9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말 정기 주총을 열 계획이다. 여기서 MBK연합과 최 회장이 경영권이 걸린 이사회 구성 문제를 놓고 의결권 정면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고려아연 경영진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순환출자 고리 형성을 통한 상호주 의결권 행사 제약이라는 카드로 최대 주주인 영풍의 손발을 묶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사 선출 등 모든 안건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의 제안이 관철됐다.
하지만 MBK연합이 반발해 낸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지난 7일 해외 손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고리로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양측은 다시 원래 지분대로 의결권 맞대결을 하게 됐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6.62%포인트가량 많다. 다만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의결만은 유효하다고 판단해 고려아연은 이달 말 정기 주총에서는 가까스로 경영권 방어는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를 하더라도 지분이 많은 MBK 연합 측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MBK연합이 이사회 절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MBK연합측 관계자는 “주총을 거듭할수록 최대 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 측 선임 이사수가 늘어날 수 있어 2대 주주인 최윤범 회장 측 선임 이사 수보다 많아질 수 있다”며 “이사회 과반 확보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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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공동취재단] |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였다가 지난 1월 임시 주총을 통해 ‘18대 1’ 구조로 재편됐다.
그러나 법원 결정으로 이 결과가 무효가 되면서 정기 주총이 열리면 원점에서 새 이사회 구성을 위한 의결권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MBK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많게는 17명 이상의 신규 임원을 추천하는 등 최 회장 측과 이사 수 격차를 ‘13대 대 11’ 식으로 2명까지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총 격돌을 앞두고 양측은 벌써 수싸움에 들어간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이 행여나 국내 회사를 동원해 순환출자 고리를 재형성할 것으로 우려한 영풍은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율 25.4%)를 신규 유한회사인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했다고 7일 전격 공시했다.
시가로 4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출자해 고려아연 측의 순환출자 고리 형성을 통한 재공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회사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총 의결도 없이 현물로 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에 영풍은 “상법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한 아전인수격 주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 사태’로 MBK 등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 점도 고려아연 인수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에 전력을 다해도 힘에 부칠 MBK가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비철 분야 국가 기간 기업인 고려아연 인수전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또 MBK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게 되면 고려아연 인수 과정에 정부가 적극적인 관여를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려아연은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받은 상태다. 이에 정부는 향후 고려아연에 대한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다만 정부는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이 미국 국적자이지만, MBK파트너스는 한국에서 설립돼 운용되는 만큼 MBK파트너스를 ‘외국 기업’으로 봐 개입하는 데에는 신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열세에 놓인 고려아연은 주총까지 홈플러스 사태로 불거진 MBK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지지 여론을 강화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9일 보도자료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익 회수 등을 최우선으로 하는 MBK가 경영을 주도해 고려아연의 기업 경쟁력과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는 결국 영풍 주주들에게도 큰 손해를 입히게 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