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달 중 증권사 ‘캡티브 영업’ 현장검사

이복현 “채권시장 혼탁관행 정상화 시즌2”


이복현 금감원장.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회사채를 발행할 때 증권사가 계열 금융사 동원을 약속하며 주관사 임무를 수임하는 영업 관행인 일명 ‘캡티브 영업(Captive Sales)’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이달내 현장검사에 나선다.

검사 대상은 채권 인수 및 발행 규모가 큰 대형사 위주가 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사의 캡티브 영업에 대한 관련 자료 분석을 이미 착수했고, 이르면 이달 내 혹은 다음 달 중으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 현장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위규행위는 제재 대상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현황 파악을 하기 위한 검사”라며 “현재의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제도개선 사항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검사는 채권시장에서 일부 주관사의 캡티브 영업 관행 때문에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회사채 주관사 임무를 수임할 때 수요 예측이나 인수 시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면서 발행사 요구 금리에 맞추고, 자기 자금으로 회사채를 인수했다가 손해를 보고 처분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금감원은 재작년부터 주력해 온 채권형 랩·신탁 검사에 이어 캡티브 영업을 증권사들의 건전하지 못한 영업 관행으로 지목하고, 중점 검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가 수요예측이나 인수 등에서 계열사를 동원하기로 하고 회사채 발행 주관사 업무를 따낸 뒤 손해를 보고, 이를 영업 기반으로 발행사의 주식발행이나 인수·합병(M&A) 딜에서 손해를 만회하는 형태의 캡티브 영업 관행이 검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헤럴드DB]


금감원은 투자은행(IB) 사업부 쪽에서 채권 인수 딜을 따 온 뒤 다른 영업부서나 계열사에서 들어가는지, 실제로 금리를 낮게 가져가는지,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런 관행이 현행 법 규정이나 시장 질서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시장 교란으로 국민연금 등 정상적 플레이어가 회사채 수요 예측에 참여하지 않는 등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문제인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정 등에 그레이존이나 해석의 여지가 있으면 회사에서 영업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부분이 있는지 좀 제대로 분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위반은 막아야 하겠지만, 그레이존에 있어 해석이 애매한 것은 가르마를 타겠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별 회사채 발행 주관 실적은 KB증권(27조6062억원), NH투자증권(24조4785억원), 한국투자증권(21조955억원), 현대차증권(12조4245억원), 신한투자증권(10조772억원), 한양증권(10조186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인수 실적은 한국투자증권(18조4437억원), 현대차증권(13조9820억원), KB증권(13조786억원), 한양증권(10조7123억원), NH투자증권(10조5686억원) 순으로 많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채권시장 캡티브 영업과 관련된 문제점을 올 상반기 검사 역량을 집중해 채권시장 내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채권형 랩·신탁 검사에 이어 일종의 채권시장 혼탁 관행 정상화 시즌2”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2023∼2024년 증권사들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관련 ‘채권 돌려막기’ 관행을 집중검사했고,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랩·신탁 관련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전가해온 증권사 9곳에 기관 경고·주의와 과태료 289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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