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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식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습니다. 지난 1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된 지 52일 만입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몸’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를 듣게 됐습니다.
헌재는 11번의 변론기일, 16명의 증인 신문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심사숙고에 들어갔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의 ‘말’을 주의 깊게 보면 핵심 쟁점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헌재는 재판 초기 소추사유를 총 5가지로 압축했는데요. 재판관들의 질문은 그중에서도 12·3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가 있었는지에 집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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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에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
헌법재판소의 첫 번째 질문은 ‘국무회의’였습니다. 2024년 1월 23일, 탄핵심판의 첫 증인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출석했습니다. 하얀 백발에 안경을 낀 주심 정형식 재판관이 입을 뗐습니다.
정 재판관은 “12월 3일 22시 17분경,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대통령실에 모였을 때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 시행 일시, 지역, 계엄 사령관 등에 이야기를 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김 장관은 “자신이 계엄 선포문을 나눠줬다”고 대답합니다.
이어 장황하게 설명을 덧붙입니다. 계엄 선포문이 국무회의 의안이었고, 비상계엄의 요건에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도 포함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정 재판관이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씩 끊어서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정형식 재판관 제가 여쭤보는 말씀은 대통령이 당시에 그런 얘기를 현장에서 했느냐 이걸 묻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11명이 모였을 때.
김용현 11명이 모였을 때 말씀 하신 것은 못 들었고요. 개별적으로 필요성, 당위성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들었습니다.
정형식 재판관 개별적으로는 얘기했지만, 11명이 다 모였을 때 구체적으로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정형식 재판관 그다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취지의 말을 했습니까? (중략) 11명이 모였을 때.
김용현 그거는 말씀 안 하셨습니다.
정형식 재판관 그다음에 육군참모총장 박안수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한다는 점을 국무회의에서 심의 했습니까?
김용현 계엄 선포문에 포함돼 있습니다.
정형식 재판관 계엄 선포문에 계엄 사령관 박안수, 이렇게만 돼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 사람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김용현 그렇습니다.
정형식 재판관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 했습니까? 장관들이나 증인이 부서 했냐고요.
김용현 그렇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형식 재판관 부서를 하지 않았다.
국회 측의 신문을 거부하고 윤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언만 이어나가던 김 전 장관은 정 재판관의 ‘살라미 전술’ 앞에 그날의 일을 술술 말했습니다. 정 재판관은 핵심이 되는 대답은 한 번 더 확인하며 국무회의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은 11명의 국무위원이 모인 이후를 기준으로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과 구체적 시행 계획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 계획 ▷계엄사령관 임명에 대해 말한 적이 없습니다. 국무회의 ‘안건’이라고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한 적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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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두 헌법재판관. [연합] |
마지막 증인신문이 있었던 지난달 20일 10차 변론기일. 한덕수 국무총리 신문 또한 국무회의에 집중됐습니다. 한 총리는 당일 국무위원 소집을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종적으로 법원과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번에는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나섰습니다. 통상의 국무회의와 국무위원 간담회의 차이를 묻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한 총리는 “간담회는 개의 선언, 폐회 선언, 안건 등이 없다. 기록도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 총리의 말에 비추어 보면 비상계엄 당일 상황은 국무회의보다는 간담회에 가까워 보입니다. 김 재판관은 본격적으로 한 총리의 평가를 묻기 시작합니다.
김형두 재판관 증인께서는 이게 국무회의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사법 절차에서 정해야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지금 사법 절차잖아요. 오늘 재판이. 저희가 증인에게 바라는 것은 사법 절차에서의 판단을 대답해 달라는게 아니구요,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 달라는 겁니다.
한덕수 그러나 저는 판단은 사실 개인적으로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한 총리는 또 답을 회피했습니다. 김 재판관은 그날 모였던 국무위원들의 검찰 조서 내용을 하나하나 읊기 시작 했습니다.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진술입니다. 모두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형두 재판관 그냥 증인의 생각을 그냥 듣고 싶은 거예요. 그래야 저희들이 사법적인 판단을 하죠. 증인의 시각은 어떤가요?
한덕수 (중략) 제가 오늘 더 명확히 해야 되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은… 어쨌든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라는 말씀과,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하나의 팩트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다’는 단서를 덧붙이기는 했지만 명확하게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반대와 우려를 표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무회의가 성립했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