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입 ‘앙’ 다문 삼성전자…400만 주주 달랠 주총 앞두고 ‘초긴장’ [김민지의 칩만사!]

저자세 전략 이어가며 숨 고르는 삼성 반도체
오는 19일 주총서 전영현 첫 대외 메시지 주목
지난해 5월 부임 후 약 1년…중장기 목표 내놓을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수개월째 ‘저자세’ 모드를 이어가며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오는 19일 열리는 주총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올해 삼성 임원들이 사업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하기는 힘들꺼야. 입단속을 철저히 한다더라. 하긴, 외부 전시회 참가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보도자료도 안내는데…완전 저자세 모드인거지.”

삼성전자를 출입하며 기사를 쓴지 거의 3년이 다 돼가지만, 이렇게 ‘고요한(?)’ 적은 처음입니다. 메모리 기술 경쟁력 약화와 대외 불확실성 증폭이란 악재 속에서 삼성은 대외 노출을 최소화하며 저자세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오는 1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의 첫 대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400만명이 넘는 주주들을 달랠 반도체 사업의 해결책 또는 비전을 그는 과연 찾아냈을까요? 오늘 칩만사에서는 주총을 앞둔 삼성의 분위기를 전해보려합니다.

뚝 끊긴 보도자료…‘저자세’로 대외활동 최소화


우선, 삼성전자의 최근 내부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음소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은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단 한건의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인증 획득, 개발, 양산 등 다양한 업데이트 소식을 미디어에게 전해왔지만 3개월이 넘도록 뚝 끊긴 셈이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최소한의 대외 행사에만 참석하고 있는 임원들도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면 ‘얼음모드’ 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공급 진행 상황은 물론, 현재 주력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 등 원론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도 일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협회장으로 선임된 송재혁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 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로 소감을 전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준비한 정제된 글로만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죠.

삼성 내부에서 철저한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확실한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설레발을 치지 않겠다는 것이죠.

연례 컨퍼런스나 해외 전시 참가도 최소화하며 불필요한 노출을 삼가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글로벌 삼성파운드리포럼(SFF)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일정 수준 만큼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경쟁사를 자극시킬 만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영현 첫 대외 메시지에 쏠린 눈
DS부문 경영진단 돌입, 원인·개선책 찾을까


이러다보니 오는 19일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내부에선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돕니다. 반도체 사업 부진과 기술 경쟁력 약화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올해도 한종희 DX부문장 대표이사, 전영현 DS부문장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주주들과의 활발한 질의응답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지난해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삼성전자 제공]


부임 후 약 1년간 반도체 사업을 점검한 전 부회장의 첫 대외 메시지가 관건입니다. 그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간 외부에 모습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던 만큼, 주주들은 그가 바라본 경쟁력 약화 원인과 미래 대응 전략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그룹의 ‘컨설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대한 진단에 나섰습니다. 시스템LSI가 설계한 모바일 AP ‘엑시노스’는 성능 논란이 계속되면서 ‘한 집 식구’인 갤럭시S25 시리즈에도 채택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대신 경쟁사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빈자리를 차리했죠. 이미지센서도 소니 등 일본 기업들에 밀려 20%의 점유율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영진단실은 조만간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진단도 진행할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연합]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진퇴양난 처지입니다.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2022년 2분기만 해도 37%포인트에 그쳤지만, 지난해 4분기 58.9%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파고들 틈이 없어 마땅한 해결책이 요원하다는 겁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주요 북미 빅테크들은 TSMC의 공급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삼성보단 인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인텔의 1.8 나노 공정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텔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첨단 미세공정 기술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겁니다. 로이터 통신은 인텔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수억 달러 규모의 제조 계약을 따낼 가능성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도 평가했습니다.

즉, 기존 초미세 공정 고객사는 TMSC가 잡고 있고, 새로운 물량은 북미 빅테크와 인텔 간 ‘아메리카 원팀’ 전략에 밀리고. 삼성전자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14나노 또는 28나노 이상의 구형 공정 물량도 쉽지 않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해하기 위한 미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팹리스들의 물량을 적극적으로 수주하기엔 눈치가 보이죠. 또 중국에도 파운드리 업체 SMIC(중신궈지)가 있습니다. SMIC는 자국 내 물량을 싹쓸이하며 시장 점유율을 6%까지 확대했죠.

삼성전자는 올해 내내 저자세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진단실이 DS부문을 세세하게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데도 시간을 꽤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에 대한 주주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경영진은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 저도 참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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