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550만명으로 줄어든 자영업자, 외환위기 때보다 적어

최근 두 달간 20만명 넘게 폐업…내수 부진 지속 탓

자영업자 부담, 재료비-인건비-임차료-대출금 순

전문가 “경기부진이 자영업에 직격탄…창업 과잉도 문제”

오후 서울 종로구의 폐업한 한 가게가 텅 비어 있다.[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내수 침체 장기화와 원재료가격 급등으로 자영업자가 최근 두 달간 20만명 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 사태 당시 수준인 550만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보다 적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1월 570만여명보다 20만명 가량 감소한 수치다.

자영업자 수를 연도별로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590만명), 1998년(561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600만명), 2009년(574만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2009년부터 500만명대로 줄어든 자영업자는 줄곧 560만∼57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550만명대로 줄었다. 이후 엔데믹 직전인 2023년 1월 549만명까지 줄어든 뒤 회복세를 이어오다 작년 말 다시 급감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자영업자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원자재·재료비(22.2%), 인건비(21.2%), 임차료(18.7%), 대출 상환 원리금(14.2%) 순으로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3% 감소했다고 답했다.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은 72.0%, 증가했다는 응답은 28.0%였다. 올해도 순이익과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각각 62.2%, 61.2%로 나타났다.

세종시 한 음식점 사장은 “장사가 안되는 데다 식자재 가격은 더 올랐고, 고환율로 비싸진 수입 물품은 제때 안 들어오기도 하고 가격도 올라 버티기가 힘들다”면서 “폐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감소는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어려워지자 임금 근로자들이 소비 지출을 아끼고 있다”면서 “이로인해 소매판매액지수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2.2% 감소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의 3.2% 감소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어들었으며 2022년 -0.3%, 2023년 -1.5% 등으로 감소폭도 커졌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 감소다.

김 실장은 “임금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외식비, 개인 서비스, 오락, 여가 등으로 자영업에 직격탄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기부진이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고 구조적으로도 창업 과잉이 이어지고 있다보니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자영업자들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자영업자의 빚 상환 능력을 보존해주거나 제1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해줘야한다. 또 무분별한 창업이 되지 않도록 창업교육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특히 특정 지역에 동종 업종이 많이 포진되지 않도록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에서 정책을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리두기 등 조치가 해제된 지 오래됐지만 외식 등 외부 소비를 줄이는 소비 행태는 그대로 굳어있다”며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작년 말 자영업자 급감한 것은 ‘코로나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며 희망을 갖던 자영업자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한 영향”이라며 “아직 버티고 있는 이들이 많아 자영업자 수는 올해에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각종 지원 정책이 끝나고, 내수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위기 등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면서 자영업자를 늘려왔다”며 “이제 창업에 대한 지원 대신 폐업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일자리 연계 사업 등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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