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토리의 버전 2.0으로 5월 재개장
30여개국 300명 참여…579억 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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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2019년 9월 17일 열린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공연 모습. [시티 오브 드림스] |
[헤럴드경제(마카오)=김현경 기자] “저쪽을 보시면 하이다이버들이 다이빙하는 곳이 있습니다. 저곳은 무대에서 25m 높이입니다.”
마카오 최대 워터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House of Dancing Water)’의 무대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할 정도로 높았다. 지난달 27일 세계 각국의 취재진에게 공연장을 소개하던 쇼 관계자는 수시로 ‘추락 주의’를 당부했다. 보통 사람은 발을 디디고 서 있기도 떨리는 높이에서 여러 명의 다이버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물 속으로 뛰어드는 장관은 경탄과 흥분을 안긴다.
‘마카오’ 하면 흔히 ‘카지노’를 떠올리지만, 게임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바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다. 이 공연을 보러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마카오를 찾을 정도다.
팬데믹의 여파로 중단됐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5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 새로운 감독의 지휘 아래 다른 스토리와 더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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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드림스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전용 공연장은 270도 원형 극장으로 2000석을 갖추고 있다. [시티 오브 드림스] |
종합 레저 기업 멜코리조트앤엔터테인먼트가 운영 중인 마카오 리조트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선보이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뛰어난 공중 곡예,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최첨단 기술이 결합한 공연이다. 초기 제작에 20억 위안(한화 약 4011억원) 이상이 투입된 마카오 대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2010년 9월 첫 공연 이후 4000회 이상 선보이며 600만 명의 누적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6월 공연이 중단됐으나 올해 5월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4000만 달러(한화 약 579억 원)가 새로 투자된 이번 공연에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모인 약 300명의 출연진과 스태프가 참여한다. 의상만 688벌, 이 옷에 사용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무려 35만개나 된다. 각 공연에는 85~90명의 공연자가 참여하며 약 500세트의 의상, 230쌍의 신발, 80개의 가발이 사용된다.
무대의 수영장은 폭 50m, 깊이 9m 크기에 1400만 ℓ의 물을 담고 있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5개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수영장은 11개의 리프트를 통해 1분 만에 물이 없는 무대로 변형된다. 이 공연만을 위해 지어진 공연장은 2000석 규모의 270도 원형 극장 형태로 최첨단 무대와 정교한 조명·영사 기술을 갖추고 있어 모든 방향의 객석에 동일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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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2020년 3월 7일 열린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공연 모습. [시티 오브 드림스] |
출연진은 크게 수중에서 공연하는 하이다이버, 육상에서 공연하는 곡예사, 공중에서 공연하는 스턴트 퍼포머로 나뉜다. 한 연기자가 여러 분야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전문 분야에서만 공연하는 방식이다. 하이다이버는 전원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그중 90%가 글로벌 최고 권위의 다이버 트레이닝 기관 PADI의 인증을 받았다. 스턴트 퍼포머의 경우 모터사이클을 타고 7m를 점프하는가 하면 10m 상공에서 ‘드래곤 바이크(자전거)’를 타거나 높이 5m의 장대 위를 걷는 ‘기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날 돌아본 백스테이지에는 안전한 공연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배치돼 있었다. 중앙 제어실에서는 평균 15초마다 하나의 큐(신호)를 보내고, 4곳의 리깅(조종)팀에는 구역마다 비행 신호를 주는 캡틴과 보조 및 구조를 지원하는 어시스트가 있다. 수영장은 다이버들의 체온 유지를 위해 수온을 30도로 유지하고, 물속에는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호스가 있다. 스태프들은 모니터로 연기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탈리아 예술감독 줄리아노 페파리니가 연출을 맡았다. 페파리니는 ‘태양의 서커스’의 간판 연출가 프랑코 드라고네가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처음 만든 후 부감독 겸 안무가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2022년 드라고네가 세상을 떠나면서 페파리니가 재공연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2.0은 이전 공연의 핵심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맥락에 맞는 서사와 최첨단 기술로 새롭게 단장했다. 어느 왕국에서 왕이 죽고 계모에게 괴롭힘을 당해 감옥에 갇혀 있는 신비로운 공주를 이방인 남자가 구출하는 사랑 이야기다. 1년 전부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페파리니는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클리셰(clich, 상투적인) 스토리지만 이런 클리셰는 중요하고 강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야기도 달라지고 기술도 모두 바꾸었다. 더 강력해진 영상과 조명 장치가 쇼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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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호 멜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왼쪽)과 줄리아노 페파리니 연출가가 지난달 27일 마카오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열린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재개장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티 오브 드림스] |
수중 쇼는 다른 쇼보다 더 높은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출연진을 섭외할 때도 신체 테스트를 실시한다. 아울러 극적인 요소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인지, 공연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를 염두해 뽑았다.
화려한 동작과 군무가 많이 등장하지만, 무용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출연자가 많다는 점은 의외다. 예술 장르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일반 연기자의 몸짓에서 오히려 창의적인 춤을 도출해 내려는 감독의 의중에서다.
페파리니는 “뭔가를 창작할 때는 삶의 모든 경험이 들어간다”며 “휴대폰과 컴퓨터에 의존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듣는 기회를 제공하고,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런스 호 멜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멜코는 항상 고객에게 최고의 문화 및 관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마카오 최대 공연인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오는 5월 재개장해 독특하고 특별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카오 정부 역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하고,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목적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패트릭 호 마카오특별행정구 문화국 문화창의산업진흥부 부장, 제니퍼 시토우 마카오 정부 관광청 관광 상품 및 이벤트부 부장, 쉬 둥지에 마카오 주재 중앙인민정부 연락판공실 홍보문화부 부부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공연의 성공적인 재개장을 기원했다.
공연 티켓은 10일 판매를 시작했으며 좌석은 VIP석, A석, B석, C석으로 나뉜다. 티켓 가격(성인 기준)은 좌석별로 538~1498홍콩달러(약 10만~28만원)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