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B, 금융지주 최초 ‘통신비 성실 납부’로 대출 심사

통신대안평가사 ‘이퀄’과 계약
금융 이력 중심 신용평가 대안
은행·보험·카드 등 5개 계열사
상반기 통신 데이터 기반 평가
입사·은퇴자, 외국인 수혜 전망
신용평가 불량률 절반으로 감소


KB금융지주가 이르면 상반기 금융 소비자 통신 이력 데이터로 신용을 평가하는 대안 모델을 도입한다. [연합]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KB금융지주는 올 상반기부터 통신 서비스 이용 및 납부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대안 모델을 도입한다. 이는 금융지주 최초 시도로 기존 금융거래 이력 중심에서 벗어나 신용평가 체계를 한층 정교화 하기 위한 취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부터 ‘통합 대안정보 모형’ 개발에 착수한 가운데, 통신대안평가사 ‘이퀄(EQUAL)’ 등과 대안신용평가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관련기사 “통신비만 잘 내도 신용점수 오를까” 금융권의 새 실험 주목 [머니뭐니]>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내 5개 계열사가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안평가 모델을 신용평가에 활용하게 된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기존 신용평가 체계는 대출 정보, 카드 사용 내역, 연체 이력 등 금융거래 기록을 중심으로 평가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는 통신비 납부 내역, 부가서비스 이용 기록, 연체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측정한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더라도 성실한 납부 이력이 있는 고객은 신뢰도를 인정받아 보다 정확한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금융거래 고객 4800만명 중 약 1300만명이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 정확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는 씬파일러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사회 초년생인 20~30대와 은퇴 연령층인 60대 이상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국내 거주 외국인 225만명도 금융이력 부족으로 인해 금융 서비스 이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통신대안평가사 ‘이퀄’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지난 2023년 3월 SGI서울보증,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통신 3사의 고객 데이터를 금융사에 제공해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통신대안평가의 자체 검증 결과에 따르면, 통신 연체는 금융 연체를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평가를 활용할 경우 씬파일러의 변별력이 약 20% 향상됐으며, 외국인의 경우 약 46%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신용평가 불량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신용평가의 정확성이 약 2배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연소득 4500만원 이하 고객의 경우 향후 1년 이내 90일 이상 장기 연체 가능성이 기존 평가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는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불이익을 받던 금융취약차주와 씬파일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금융사는 보다 정밀한 신용평가로 우량 고객을 선별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하면 보다 정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며 고신용자조차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반면 중·저신용자들은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지면서 ‘대출 절벽’ 현상을 겪고 있다. 대안평가를 병행하면 신용등급 변별력이 높아져 금융사의 대출 승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안신용평가의 도입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 대표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사 지원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안평가를 활용하면 외국인 고객도 신뢰할 수 있는 신용평가를 받아 금융 서비스를 보다 원활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신대안평가는 향후 기술력 확보와 알뜰폰 사용자 데이터 보완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문 대표는 “올해 안에 금융사 80% 이상이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인재 채용을 통해 금융사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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